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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그게 뭔데?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

장마가 지나가니 연일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대기환경 변화로 인해 폭우·폭염·한파 등 우리나라도 날씨 변화가 심상찮다.

정부 기관에서도 연일 폭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을 한다. 그러나 안내방송 내용은 시민 생활안전에 관한 주의사항이 대부분이다. 정작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무더위와 싸워 가며 일하는 산업현장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매우 박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일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배포했다. 가이드에 따르면 건설·조선·항공·항만 하역운송·도로정비 노동자, 환경미화원, 우편배달부, 전기통신 노동자 등이 옥외작업 노동자다. 그나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권고사항’에 그쳤던 것이 지금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휴식 및 휴게시설 제공’을 명문화한 것은 진전된 조치라 할 수 있다. 노동부 가이드는 분명 “단순히 권고사항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부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루 출력인원 300명이 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대기업 건설사 현장 사례다. 아침 체조시간(일명 TBM)에 안전관리자가 건설노동자들에게 “오늘은 폭염이 심합니다. 꼭 식염 한 알씩 먹고 일하세요. 혹시 일하다 쓰러지면 절대 119에 신고하지 마시고 꼭 지정병원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걸로 폭염에 대한 안전교육은 끝이다.

장마철이 지났으니 그동안 비 때문에 늦춰진 공기를 만회해야 한다. 속도전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철판을 많이 사용하는 조선소와 밀폐공간 작업, 콘크리트가 많은 공사현장, 아스팔트 위 작업은 평균기온이 다른 곳에 비해 섭씨 5~10도 높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법 시행규칙에는 폭염주의보 발령시 ‘작업중지 시간 및 휴게공간’에 대한 세부지침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냉방시설도 없는 컨테이너 박스 몇 개와 그늘막 한두 개 쳐 놓고 “근로자 휴게실을 제공했다”고 강변한다. 그나마 이것도 원청 건설사가 전기료와 시설비를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팀별로 물량작업을 한다. 할당된 작업물량이 있으므로 심지어 점심시간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이러니 잠시라도 휴식시간이 나면 더위를 피해 겨우 합판 한 장 깔고 그늘 밑에서 쪽잠을 청한다.

따라서 현실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안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인식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평균기온이 위험수위에 다다르면 의무적으로 작업을 일시 중단하도록 해야 하며 이로 인한 유급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공사비별·출력인원별 충분한 휴게시설 면적 등 세부지침이 나와야 한다. 넷째, 기온변화에 의한 작업중단이 설계단계부터 공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기상청 폭염주의보(섭씨 33도 이상)와 폭염경보(섭씨 35도 이상)에 대한 기준을 일반 산업현장 기준에 맞게 분리해 적용해야 한다. 산업현장은 노동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급격한 기온변화에 의해 발생한 노동자들의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박종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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