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기준법에 ‘직장 괴롭힘’ 정의를 마련하고 금지의무 규정을 신설한다.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한다. 또 직장 괴롭힘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확정했다. 일부 장관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직장 괴롭힘 신고부터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 전 과정에 걸친 6단계 21개 개선과제를 담았다. 정부는 이달 5일에는 ‘공공 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한국 직장 괴롭힘 EU보다 두 배 이상 높아
사용자 조사 의무화·국가기관 직권조사 규정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업종별로 3.6~27.5%다. 유럽연합(EU) 국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EU 27개국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0.6%(불가리아)에서 9.5%(프랑스)까지다.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4조7천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직장 괴롭힘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문제, 직장 괴롭힘 피해자 자녀가 학교 괴롭힘 피해자로 대물림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근절대책에 따르면 일하는 장소에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근기법에 직장 괴롭힘 개념을 규정한다. 정부는 예시로 “사용자 또는 근로자 등이 업무상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해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제시했다.

직장 괴롭힘 신고 당사자도 확대한다. 괴롭힘 피해자 외에 직장동료 등 사업장 내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자 신원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 취업규칙 필수 기재사항에 '직장 괴롭힘 신고절차'를 포함한다.

직장 괴롭힘 신고창구 일원화도 눈길을 끈다. 직장 괴롭힘 신고를 위한 범정부 갑질신고센터를 다음달 중 구축하고, 12월까지 센터에 업종별·분야별 괴롭힘 신고 홈페이지를 연계한다.

사용자의 직장 괴롭힘 조사 의무화와 국가기관 직권조사도 규정했다. 사용자가 직장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거나 신고를 접수하면 사실관계를 조사하도록 의무화한다. 직장 폭력·괴롭힘에 대해 관련 법령 위반행위를 인지·신고 접수한 경우 고용노동부가 직권조사를 한다. 노동부는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 건강장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의료전문가 의견을 들어 필요시 임시건강진단 명령 같은 조치를 취한다.

직장 괴롭힘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실시
민간부문 갑질 막는 ‘불공정거래 근절대책’ 12월 마련

정부는 이와 함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 근기법 개정을 통해 직장 괴롭힘 금지의무 규정을 마련하고 가해자 형사처벌에 나선다. 피해자·신고자 불이익 처우를 금지한다. 피해자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직장 괴롭힘 피해는 산재로 인정한다.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자살, 부상, 질병·우울증에 대한 산재보상을 강화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는 근기법상 근로자와 골프장 캐디를 비롯한 9개 업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현장실습생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말까지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관련 판단 매뉴얼을 구체화한다.

피해자 법률상담과 소송도 지원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률상담과 소송지원을 맡는다.

사용자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확대하고 직장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두기로 했다. 사용자 관련 법령 위반시 처벌기준도 신설한다.

정부는 올해 10월 연구용역을 거쳐 관계부처 합동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다음달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해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한다. 12월까지 근기법·예술인 복지법을 포함한 5개 법률 제·개정을 추진한다.

한편 정부는 민간부문 기관 간 갑질 근절을 위해 12월께 △중소기업 상대 납품단가 후려치기·부당 하도급·기술탈취 방지 △가맹·대리점 상대 강매·비용 전가 근절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업체 상대 과소제작비 지급 근절을 담은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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