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빠진 인터넷전문은행을 회생시키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에 제한을 두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여당이 분위기몰이에 나서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은행과 한국카카오은행은 지난해 각각 837억8천700만원과 1천44억9천1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이 나빠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는 1천5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시도했지만 300억원에 그쳤다. 카카오은행은 4월 5천억원 증자에 성공해 상대적으로 나았다. 자기자본금이 부족하면 대출도 제한을 받는다. 케이뱅크가 출범 1년 사이 세 차례나 신용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이유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지분을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 조항을 두고 있다. 업계는 해당 규제로 자본금 확보가 어렵고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여당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민병두·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두 의원은 은행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다. 정재호 의원은 정무위 여당 간사다.

노동계는 여당에서 일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기류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허용되면 향후 시중은행으로 규제완화가 확산될 수 있다"며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을 분리한 한국 금융정책의 기본원칙인 은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가시화하면 총력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특혜로 태어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제 와서 자신들의 대주주가 산업자본이라는 이유로 은산분리를 잘못된 규제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잘못된 금융정책을 문재인 정부로 이식하려는 자들이 누구인지 주시하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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