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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악화 주범·속도조절 논란] “최저임금 인상 비판 손가락질, 갑에게 돌려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납품단가 인상 공문을 (원청업체에 보내려고) 준비했는데 아직도 못 보내고 있습니다. 거꾸로 납품단가 인하 공문이 (원청업체에서) 와요. 못한다고 하면 우리 것을 빼서 다른 곳으로 (물량을) 줍니다. 납품단가를 올릴 수가 없어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한 전북지역 제조업체 사용자 A씨의 말이다. 노동자 14명이 일하는 영세업체다. A씨는 “최저임금을 올릴 때 납품단가를 맞춰서 올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납품단가는 안 오르는데 최저임금만 오르니까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여당
“상가임대차법 개정안 7월 처리


최저임금위가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10.9%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인상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고 비판한다. 중소·영세 사업주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을 접을 판”이라고 우려한다.

최저임금 문제가 을과 을의 갈등으로 치닫는 가운데 최저임금위 현장조사에 응한 영세 사업주의 호소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최저임금-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납품단가 조정제도 개선, 카드수수료와 프랜차이즈 수수료 인하다. 상가임대료 문제까지 해결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영세 사업주 보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노동계와 재계 반발, 문재인 정부 최초의 대선공약 포기에 화들짝 놀란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근로장려금(EITC)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일을 하지만 소득이 적은 노동자와 가족 생계비를 정부가 보조하는 EITC는 사용자 임금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제도다.

당정은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보완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조만간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와 상가 임대차 보호대책을 발표한다. 특히 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반대로 몇 년 동안 법제사법위원회에 갇혀 있다”며 “7월 국회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가맹점주 권리를 보호하고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산입범위는 넓히고 경제민주화법은 잠재우고”

최저임금 인상을 경기악화와 고용시장 침체 원인으로 몰아붙이는 자유한국당도 중소·영세 사업주 보호대책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상가 임대료와 신용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가맹료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민주화가 밀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치권은 ‘5월 국회가 아니면 어렵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지만 국회에서 수년간 잠자고 있는 경제민주화법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최저임금 문제를 을과 을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상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과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대한 진지한 논의”라며 “최저임금에 대한 비난을 쏟아 내거나 속도조절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거래구조와 영세상인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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