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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성격과 전망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바야흐로 세계는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싸우고 있는 당사자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전쟁은 연일 언론을 통해 실황이 중계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월22일 500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6월15일에는 500억달러 규모의 과세부과를 승인했다. 그리고 7월6일 첨단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산업부품·기계설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기 시작함으로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340억달러 규모다.

중국도 즉각 미국산 농산품·자동차·수산물을 포함한 340억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보다 네 배 많은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곧이어 7월10일에는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관세부과를 예고했던 500억달러 중 앞의 340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160억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한 관세부과도 곧 발효할 예정이다.

이번 2천억달러 관세부과 발표로 미국이 관세부과를 확정한 중국산 수입제품은 2천500억달러로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수출 규모가 5천55억달러였으니까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절반에 관세를 부과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겉으로만 보면 단순하다. 중국과 미국 간에는 심한 무역불균형이 존재한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천30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이 정상적인 국제교역 상태는 아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미국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달러를 평가절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위태롭게 하므로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보호무역정책을 써서라도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

중미 무역전쟁은 이와 같은 순전히 경제적인 차원에서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세계 정치·경제 패권을 둘러싼 쟁패전의 성격을 띤다. 트럼프 정권은 자유무역주의를 통한 세계시장 형성이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패권을 약화시켰으며, 그런 경제패권 약화가 정치군사적 패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해협에 함대를 들여보내는 도발을 하면서 동시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는 사실이 이런 인식을 뒷받침해 준다.

미국은 왜 패권전쟁을 도발할 수밖에 없는가. 제도권 언론에서는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것만 말하거나 잘해야 무역전쟁이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패권전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까지만 말한다. 한 꺼풀 깊이 들어가서 이런 무역전쟁과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과 특히 대중국 무역수지에서 심한 적자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가 무역전쟁으로 이어진 것은 특수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2008년 심대한 공황을 맞이했다. 그 공황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축적방식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 준 ‘사태’였다. 신자유주의는 수명이 다한 케인스주의 축적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제 그것마저 수명을 다했으므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자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자본주의야 어떻게 되든 자가만이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노선이고, 남을 희생시켜 자기만 살자는 노선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미국은 이런 노선을 선택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그것인데, 이것이 세계경제 대공황을 더 깊은 심연으로 빠뜨렸다. 이번에도 미국이 도발한 무역전쟁은 미국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중미 경제패권 쟁탈전에서 승리를 가져다주지도 못할 것이다. 단지 세계시장 축소를 통해 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적 범위에서 대규모 전쟁을 촉발하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조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럴 때 고전 한 구절이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혀 준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진정한 장벽은 자본 그것이다. 즉 자본과 자본의 자기증식이 생산의 출발점이자 종점, 동기이자 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생산은 오직 자본을 위한 생산에 불과하며, 따라서 생산수단이 생산자들의 사회를 위해 생활과정을 끊임없이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장벽이 있다. (…) 수단(사회적 생산력의 무조건적인 발달)이 제한적 목적(기존자본의 가치증식)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물질적 생산력을 발달시키고 이 생산력에 적합한 세계시장을 창조하기 위한 역사적 수단이라고 한다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또한 자신의 역사적 과업과 자신의 사회적 생산관계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자본론> 3권 상 300쪽)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한편으로는 생산력을 발달시키고 세계시장을 창조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생산력 발달과 세계시장 형성을 저지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생산력을 발달시키는 데에는 최고라는 통념은 일면적인 인식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생산력을 정체시키고 세계시장 형성을 방해하는 작용도 한다. 이런 정체적 측면은 자본주의 생산양식 상승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으나 쇠퇴기와 몰락기에는 두드러진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지금 쇠퇴기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몰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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