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9명 전원과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추천 포함) 4명이 논의에 불참했다. 반쪽짜리 결정이라는 평가조차 무색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생긴 후 30년 동안 노사위원은 매년 최저임금을 각자 제시안에 최대한 가깝게 끌어오기 위해 줄다리기를 했다. ‘퇴장’은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거듭된 노사위원 퇴장전략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만 밝힌 채 임금액 결정 심의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아예 불참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노사위원에게 심의·토론권만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노사 자치'라는 최저임금 결정 기본정신이 훼손될 우려도 존재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그 권한과 책임

노동법이론실무학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에서 ‘노동법의 이론과 실무의 조화’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하갑래 단국대 교수(법대)와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가 ‘고용형태의 다변화와 근로계약을 둘러싼 현안쟁점 진단’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사회를 봤다. 주요 노동현안으로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비정규직 차별·불법파견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기학술대회가 열리던 시각 정부세종청사에서는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논의는 최저임금으로 집중됐다.

하갑래 교수는 사용자위원 전원(9명)이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적용 부결에 반발해 최저임금 논의에 불참한 것을 비판했다. 하 교수는 “역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노·사·공익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최종안) 투표를 진행한 것은 1번 정도밖에 없다”며 “대부분 노사 중 한 곳이 회의를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노사위원은 서로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다 막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지금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엄청난 갈등 요소가 있으며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훈 변호사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해 특별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노·사·공익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이지만 최종 결정을 할 때는 노사가 퇴장하고 공익위원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차라리 공익위원만 결정하게 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경영계는 의견만 낼 테니 공익위원이 결정하라며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노동계는 노사 당사자주의를 주장하며 참여 뜻을 밝히고 있다”며 “책임정치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까지 지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임금 감소 없는 노동시간단축 정착 과제”

이날 대담에서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와 노동시간 특례업종 제외에 따른 노동시간단축도 의제로 떠올랐다. 박상훈 변호사는 “노동운동의 역사는 임금 감소 없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라며 “토요휴무제가 처음 실시될 때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실제는 자연스럽게 현장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노동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30% 정도 줄어들게 되는데, 임금 삭감 없는 주 52시간 정착이 중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며 “노사정 각 주체가 실업·취업대책·생산성 향상·임금 부담을 떠안으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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