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사라졌다. 2019년 최저임금이 올해(7천530원)보다 820원(10.9%) 오른 시급 8천350원에 그쳤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천15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2017년 최저임금(6천470원)에서 16.4%(1천60원) 인상하는 데에도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과 재계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 하물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맞추려면 2019년 최저임금(8천350원)에서 무려 19.76%(1천650원)를 올려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인상률이다.

올해(16.4%)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실질인상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5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월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 경제부처 일각에서 제기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현실화한 셈이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불만이다.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실화
최저임금위 "고용악화 반영해 결정"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류장수)가 지난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8천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5.3% 인상된 8천680원(노동자위원안)과 10.9% 인상된 8천350원(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다. 이날 회의와 투표에는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추천 포함) 노동자위원 5명만 참여했다.

류장수 위원장은 표결 직후 최저임금 결정 관련 브리핑을 갖고 "위원들 간 토론에서 고용사정이 좋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살아나면 내년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위원장은 "속도조절론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결국 고용 악영향과 떨어진 게 아니라 연결돼 있다"며 "경제상황과 고용상황, 동시에 저임금 근로자 임금상승이라는 최저임금의 본질적인 목적까지 결합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인상률? 노동계·재계 모두 반발

내년 최저임금(8천350원)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501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임금노동자(1천988만3천명·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의 25.0%를 차지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넘겼다. 그러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실질 인상효과를 따지면 한 자릿수에 그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산입범위 확대시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10%를 인상(8천283원)해도 실질인상률은 9.0%에 불과하다. 같은 분석 틀로 보면 10.9% 인상률은 실질인상률로 보면 9.8%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논의에 참여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1차 수정안이자 최종안이었던 시급 8천680원이 관철되지 못한 데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시급 8천680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상률이었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조속한 실현과 산입범위 개악에 대한 보완을 애타게 기대했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문재인 정부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무너지고, 이번 10.9%의 초라한 인상률로 공약폐기에 쐐기를 박았다"고 비판했다.

재계는 두 자릿수 인상률에 반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결정"이라며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총은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고,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며 불복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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