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 대한문 앞에 태평소와 북소리 울리면 창칼 든 옛날 옷차림 무관들이 박자 맞춰 행진한다. 스마트폰 든 사람들이 셀카 찍느라 등진 채 웃는다.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 머문다. 멀리 관광 온 외국인들이 이국의 색과 소리를 살피고 듣느라 가만 섰다. 다양한 국적이 한데 섞인다. 온갖 나라 말 설명이 순서대로 흐른다. 또 성조기와 태극기, 이스라엘 국기가 거기 휘날리고 한쪽엔 파란색 노조 깃발도 나란히 서 다채롭다. 애국자와 해고자가, 군가와 투쟁 구호가, 저마다의 온갖 구호 담긴 현수막이 고풍스러운 돌담 따라 이리저리 한데 섞였다. 종종 겹쳤다. 복직시한 소식도 없어, 또 정부의 사과와 명예 회복도 아직은 멀어 언젠가의 해고는 지금껏 사람을 죽이고 있다. 서른 다음은 세지 않겠다고 분향소 꾸린 사람들이 대한문 앞에 어느덧 풍경처럼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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