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13일과 14일 사이 단 한 번 남았다. 노사 의견차는 크다.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반감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회복하려면 1만79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7천530원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되레 업종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고 안건을 냈다가 부결되자 최저임금위 불참을 선언했다. 신경전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어떤 의미일까.
 

최저임금 대폭인상? 5개월 교섭해서 인상분 일부 지켰다
공길숙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전문위원

공길숙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전문위원

한울타리공공노조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은 청소용역·시설관리·특수경비·콜센터 등 최저임금이 곧 노동자 급여가 되는 업종에서 용역업체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최저임금을 인상되면 우리 조합원들의 임금도 조금씩 인상돼 왔다.

올해 최저임금이 2017년에 비해 16.4% 인상됐지만 용역사들은 도급단가가 그만큼 인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던 상여금과 식대를 기본급으로 산입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마하려 했다. 노조가 없었다면 아마도 식대와 상여금이 사라진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속수무책 서명했을 것이다.

LH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올해 초 용역사의 일방적 임금설명회에 문제제기를 하고 5개월 동안 힘겨운 교섭을 해야 했다. 결국 일부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산입하고서야 교섭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국회시설관리지부는 아직도 교섭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 용역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서 임금을 인상해 줄 수 없으니 실노동시간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이것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임을 생각할 때 개악된 최저임금법이 적용될 내년 단체교섭이 당장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재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형성된 노동시장에서 법정최저임금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더 이상 개악해서는 안 된다.

재벌의 곳간 열어 함께 살자
천정기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

천정기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

해마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때가 되면 노동자, 중소 영세상인, 재계, 국회의원, 기자들까지 온 나라가 각기 다른 이유로 최저임금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서 최저임금은 늘 최고임금이었다. 보수야당 국회의원들과 경제지들은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돼 물가 상승, 고용 감소 등 산업현장 혼란에 따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 근로자에게 돌아간다고 앞다퉈 얘기하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재벌기업 회장의 횡령과 배임사건에 대해 국가경제에 공헌한 바와 현재 경제 사정에 따라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관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그 재판관의 주변 사람들 중에 흔한 우리네 노동자와 서민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정작 최저임금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최저임금이 올라가서 경제가 어려워지나? 고용이 줄어드나? 과연 중소·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어려운 것인가? 국회의원, 재벌 대기업과 그 녹을 먹고 사는 부유층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돼 어떤 피해를 입고, 희생을 당하고 있는가? 노동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상여금과 밥값·차비를 털어 가는 최저임금 삭감법 통과도 모자란가? 왜 모든 책임을 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우지 못해 안달인가? 조물주 위에 올라선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는 것은 어떠한가? 카드 수수료를 중소·영세 상인들에게는 감면하는 것은 어떠한가?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둔 재벌들이 곳간을 열어 1·2·3·4차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인상하고 이익을 공유하면 어떤가?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을 중단하고 가맹수수료 등을 인하하는 것은 어떤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다. 제발 함께 살자.


최저임금 노동자가 봉이냐
조대성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비정규직지부장

조대성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비정규직지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해서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서 인상효과가 사라졌다. 최저임금법 개정대로라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니 시간당 8천200원은 받아야 시급 7천530원 수준이 된다. 최저임금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 공약은 다 허구다.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회사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통보했다. 회사가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

정말 묻고 싶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 노동자가 봉인가. 최저임금이 올라 소상공인들이 다 죽는다고 하는데 과연 최저임금 때문인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가 더 큰 문제 아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기 전에 임대료를 내리고 카드 수수료 1.5%포인트만 내려도 소상공인들이 어깨 펴고 장사할 수 있다.

현재 수원시에 살고 있는데 수원시가 정한 생활임금이 올해 9천60원이다. 수원에서 살려면 최소한 시간당 9천60원은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받는 최저임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곧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들었다. 2020년까지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하고 밖에 나가서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먹지 않겠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 복귀해 책임을 다하라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무엇보다 대부분이 여성인 저임금·비정규 노동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식대·교통비를 포함한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은 최저임금법을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복리후생수당은 저임금·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유일한 복지영역인데 이걸 산입범위에 넣어 버렸다. 임금격차를 줄인다는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 현장이 어떤지 아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데도 사용자들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벌써 기본급에서 교통비 부분을 빼자고 요구하는 곳도 나온다. 조합원들은 이런 상황에 분노하면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후퇴돼선 안 된다고 여긴다. 산입범위가 확대됐으니 내년 최저임금은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때 민주노총은 당장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해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1만원이 돼도 힘든 상황이다. 전체 노동이 힘을 모아서 한 푼이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여성노조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지 않나. 책임을 맡고 있는 노동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마지막 순간에라도 들어가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여성노동자의 바람이다.

한편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에는 최저임금 당사자인 여성이 한 명도 없다.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에도 여성이 있는데 말이다. 여성노동자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


산입범위 확대로 훼손된 최저임금 취지 살려야
김태우 연합노련 정책본부장

김태우 연합노련 정책본부장

지난 5일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노동자위원들은 지난해보다 43.3% 인상된 시급 1만790원(월급 225만5천110원, 월 209시간 환산액)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인상효과가 잠식된 점을 보완하고, 내년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목표로 한 금액이다.

하지만 사용자위원은 올해와 동일한 7천530원 동결안을 제시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최저임금을 삭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최저임금제도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차별받고 소외돼 온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양극화 해소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도 지켜져야 한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훼손된 최저임금제도 취지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러한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소득분배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살리는 방향에서 결정돼야 한다. 노동계의 단결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은 두 번의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인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결실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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