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자! 건설 노동존중 세상”을 외치며 전면파업을 했다. <이은영 기자>

“어머니가 제게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마라고 반대했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일하는 모습을 차마 부모님께 보여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 직장이 부끄러웠습니다. 냄새나는 화장실과 사람이 먹기 힘든 음식을 먹으며 일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참을 수 있지만 부모님이 이 현실을 알게 하기는 싫었습니다.”

박철진 건설노조 ‘20대 청춘버스’ 단장은 어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건설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냈다. 그는 “하루에 두 명의 노동자가 죽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건설현장 비전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20~30대 청년노동자는 건설현장을 외면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복지가 이뤄지고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정부 청년실업 해결 5대 요구 수용하라”

3만 건설노동자가 “열자! 건설 노동존중 세상”을 외치며 12일 전면파업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건설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청춘 건설노동자를 위해 살맛 나는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장시간 중노동·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지적하며 “공사판은 무법지대와 같다”고 비판했다.

건설노동자들은 살맛 나는 건설현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 △노동기본권 쟁취 △안전한 건설현장 △임금인상(임금교섭 승리) △고용안정을 요구했다.

이영철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매년 5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는 건설현장에 어떤 부모가 청년노동자를 보내겠느냐”며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제대로 된 화장실과 식당·샤워시설 등 복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정착되면 청년노동자들이 건설현장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건설노조의 요구는 200만 건설노동자 요구”라며 “정부가 청년실업을 걱정한다면 건설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노조 소속 20대 청년노동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현장 양질의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장옥기 위원장 영상메시지 응원 

지난해 건설근로자법 개정 투쟁을 이끌다 투옥된 장옥기 위원장은 영상메시지로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을 응원했다. 장 위원장은 올해 5월 경찰 출두 전에 남긴 영상에서 “지난해 11월 우리는 건설노동자의 삶과 대한민국을 바꾸는 투쟁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말하지만 건설노동자의 노동은 존중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를 어떻게 노동존중 사회라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정부와 국회는 건설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노동자가 존중받고 건설현장이 안전해야 한다”며 “함께 살자는 건설노동자들의 외침에 정부가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건설노동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건설근로자법을 개정하고 건설기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적정임금제 도입은 물론 아직도 뿌리 뽑지 못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해 살맛 나는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척박하고 몸이 부서질 정도로 힘든 장시간 중노동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청년들이 자랑스럽게 ‘나는 건설노동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건설현장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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