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관련 근로감독을 하면서 원청 불법파견 증거를 은폐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당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관련 증거가 없다”고 발뺌했다.

원청은 노동부 요구대로 “개선 완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부 문서를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노동부 문서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근로감독 당시 작성된 것들이다.

노동부가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인 2013년 9월9일자로 작성된 ‘삼성전자서비스 개선제안 내용(차관님 참고자료)’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실태와 관련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 문서에는 “원청에서 수리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하청에서 수행하고 있는 핵심업무인 수리업무의 수행에 있어 필수적인 접수·자재·기술지원 등을 원청 또는 또 다른 하청을 통해 사실상 관여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원청의 전산시스템을 불법파견 징표로 본 것이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개인별 모니터링과 지시평가도 불법파견 핵심요소로 지목했다.

노동부는 문건에서 “불법파견 관련 핵심적 요소에 대한 전향적 개선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진정한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향적 개선'이라고 표현했는데, 노동부가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불법파견 증거들을 숨기거나 없애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노동부는 원청이 만든 통합 전산시스템과 관련해 “하청근로자 ID 관리, GMS(인사·급여관리)를 통한 인적자원관리, FSMS(외근 관제시스템) 등 전반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하청에서 주도하도록 업무처리 절차 및 전산망 개선 필요”라고 대책까지 제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같은해 12월 노동부에 보고한 ‘협력사 지원 추진 경과’ 문서에 “FSMS 시스템 2013년 10월 폐지 완료”라고 명시했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징표로 지목한 △기자재 관리 방식 △하청노동자 실적 집계방식을 개선했다.

뒤에서는 증거인멸 시도, 언론에는 “증거 못 찾아”

노동부는 같은해 9월16일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AS 업무를 파견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불법파견을 부정했다.

언론사 취재진은 “원청이 전산망으로 이용해 AS 기사들의 개인용 휴대단말기(PDA)로 업무지시를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아무개 당시 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원청이 통합전산망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있냐”고 반문했다.

최 과장은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전산망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사용자로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근로감독관 37명이 두 달간 샅샅이 조사했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원청 전산망 운영을 불법파견 증거로 보고 삼성전자서비스측에 개선을 요구했으면서도 취재진 질문에는 “증거가 없다”고 발뺌한 것이다.

이정미 의원 “은밀한 거래로 불법파견 결론 뒤집혀”

당시 근로감독을 했던 지방노동관서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관계를 불법파견으로 봤다. 경기고용노동지청은 수시감독 총괄보고서에서 “원청에서 최초 작업지시부터 최종평가에 이르기까지 하청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그러나 근로감독 마지막날인 2013년 7월23일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근로감독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고용차별개선과와 지방노동관서가 반대했지만 묵살했다. 불법파견 결론을 담은 수시감독 총괄보고서는 재검토하기로 했다.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노동부는 같은해 8월9일자로 작성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 관련 향후 조치방향’ 문서에서 “원만한 수습을 위해서는 삼성측이 대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개선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정현옥 당시 노동부 차관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노동부와 삼성전자측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불법파견 정황이나 증거를 없애려는 시도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정미 의원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노동부가 적법도급 결론을 내리기 위해 삼성전자측에 여러 차례 개선책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관들이 내린 불법파견 판정을 노동부 고위관료들이 뒤집는 과정에서 행정고시 동기, 선후배 간 뒷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검찰은 로비 정황을 명명백백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