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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는 문송면·원진 노동자, 함께 걷는 황유미 ④] 여전히 어렵고 힘든 산재보상제도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온도계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군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인조비단을 만들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온몸이 마비되고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 속에 죽어 갔다. 이들 모두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일하다가 직업병에 걸렸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2018년에도 반도체공장에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 가는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위해 10년 가까이 싸우고 있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3세 청년노동자는 청산가리의 기체형태인 시안화합물을 바가지로 퍼 옮기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30년간 노동자의 일터는 얼마나 안전하고 건강해졌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가 노동안전보건의 역사와 현실을 고민하는 글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문군의 가족들은 그간 입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채 걱정해 왔는데 산재요양신청서를 접수한 노동부가 처리기간인 10일을 넘어 두 달 보름 만인 6월20일 산재요양결정통지서를 발부했고, 문군은 6월29일 산재지정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전원된 지 2일 만에 사망한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보관하고 있는 ‘협성계공 수은중독 노동자 문송면군의 사망속보’에 기재된 내용이다.

1964년 1월1일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37개 조문으로 만들어졌다. 문송면군 사망 당시(88년 7월2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보험료 징수 파트가 별개 법률로 제정돼 있고, 전체 조문은 129개다. 법 조문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은 보험관장기관으로 성장했다. 각종 보험급여와 인정기준·보험적용 대상·소멸시효·판정기구 등 산재보험 제도 각 분야에서 88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정 당시 산재보험법의 목적(1조)은 변하지 않았다.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 핵심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아픈 노동자가 산재보상 신청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가. 사업주 날인제도는 폐지됐지만 요양급여신청서를 노동자가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첨부해야 할 ‘산업재해보상보험 소견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 병원이 적지 않다. 서식도 복잡하다.

산재보상 신청은 자유로운가. 산재은폐는 심각한 수준이다. 산재은폐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사업주의 공상 유도나 산재발생 미보고 등이 횡행한다. 질병이나 연속 휴업 3일의 재해가 아니면 산재보고 대상이 아니다. 사업주가 취업치료를 강요해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상당하다. 당초 상병이 재발하거나 악화하는 사례도 많다.

산재보상 신청은 쉽게 할 수 있는가. 아직도 산재를 입증할 책임은 노동자와 가족에게 있다. 왜 다치고 왜 죽었는지 노동자와 가족이 입증해야 한다. 사업주 조력의무가 산재보험법(116조)에 규정돼 있지만 제재 규정은 없다. 질병이나 직업성암은 사업주의 자료제출 거부와 조력 거부 등에 의해 산재보상 신청이 초기에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1988년 사망한 문송면도, 2007년 사망한 황유미도, 2015년 메탄올로 실명한 노동자들도 병원을 헤맸지만 자신의 병이 직업병인지 몰랐다. 30년간 사업장 유해물질로 죽거나 다친 노동자 상당수가 자신이 산재인지도 모른 채 고통받아 왔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병원 의사들의 산재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여전하다.

신속한 처리는 어떤가. 요양급여 처리기간은 7일이다. 실제로는 더 걸린다. 업무상사고는 물론이고 업무상질병도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편이다. 시급한 치료가 절실한 급성기 손상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지연되는 것이다. 지난해 ‘재해일부터 요양 결정일까지 소요기간’을 보면 업무상사고는 평균 58.7일, 업무상질병은 288.6일이나 된다. 전문(역학)조사를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 직업성암은 무려 665일이 걸린다.

산재보험법을 통한 보상부문 외연은 확실히 넓어졌다. 많은 산재노동자와 노조 그리고 노동안전보건단체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노동자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본질에 있어 산재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30년 전과 사실상 같다. 전문가 의견이나 의학적 분석, 법적 논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질이 법과 현실에서 관철되는지 되물어야 한다. 지금의 산재보험 제도가 “과연 노동자 재해에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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