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 윤병범)가 조합원총회를 열고 서울시에 김태호 공사 사장 파면을 요구했다. 이날 총회에는 야간근무자와 비번·휴일인 조합원, 휴가를 낸 조합원을 포함해 2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조합원 82% 9천524명 서명 취합

노조는 11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조합원총회를 열고 “1~8호선 노동자들이 통합노조를 설립한 뒤 공사가 노조를 적대시하며 대화조차 거부한다”며 “김태호 사장이 물러나야 서울교통공사가 정상화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인력 충원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이날로 31일째 서울광장에서 무기한 천막농성 중이다.

노조는 이날 김태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합원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전체 조합원 1만1천600여명 중 82%(9천524명)가 서명했다. 윤병범 위원장은 “서울시는 노동존중 가치를 훼손하고 무인역사·무인운전을 추진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김태호 사장을 파면하라”며 “적폐세력을 청산해 현장을 바로 세우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촛불혁명 이후 대통령이 바뀌었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공공기관장들이 많다”며 “구의역 사태가 벌어진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역사를 무인화한다는 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유니언시티를 표방한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노조 목소리조차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노조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서울시가 적폐기관장을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화질 CCTV가 시민안전 지킨다고?

공사는 최근 지하철 8호선 구간에서 무인운전을 시범운행하고 역무원 없이 운영하는 스마트 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 발언에서 무인역사·무인운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배경이다.

지난해 공사에 입사해 올해 3월 기관사가 된 조합원 김지훈씨는 “승객들께 안내방송을 할 때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모셔 드리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젠 무슨 사고가 일어나도 신속히 조치해 드리겠다고 방송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관사는 사고 전조를 알아채고 사전에 조치하는 역할을 하지만 무인운전 시스템에서 안전요원 역할은 사고 후 조치를 취하는 것에 한정된다.

이현경 노조 역무본부 여성위원장은 “많은 조합원과 시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김태호 사장 혼자서 결정하고 있다”며 “지하철역과 시민안전은 고화질 CCTV가 지키는 게 아니라 역무·기술·승무·차량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지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관계자는 “13일 집행부 회의를 열어 투쟁방식과 수위를 논의할 것”이라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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