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ILERA 서울 세계대회 준비위원회 사무국장)

2주 후에 노동·고용·노사관계 관련 큰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3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세계대회(ILERA World Congress)가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와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1천800여명이 참석하는 서울 세계대회에서는 170개 학술세션이 열리고, 6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된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다. 노사관계·인적자원관리·노동시장·다양성과 불평등·신흥국의 고용관계 및 일의 미래 등 6개 세부 트랙으로 구분돼 있다. 지면상 600편이 넘는 논문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지만 트랙별로 대표적인 논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세션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 세션으로 개빈(Gavin) 시드니대 교수의 논문이 인상적이다. 개빈 교수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소재 교사노조의 전략적 노동운동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이 팽배했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교사의 권익향상과 공공교육의 향상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해 왔다. 구체적으로 개빈 교수는 노동조합이 교육 관련 전문가 접근을 통해 자유주의하에서 교사의 권리와 공공교육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분석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서울시의 선도적인 노동정책을 소개하면서 노동이사제 등 국가수준에서 도입하기 어려웠던 노동정책들이 어떻게 서울시에서 가능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ILO의 유세프 겔랍(Youcef Ghellab) 사회적대화팀장은 일과 고용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네 가지의 커다란 환경변화인 기술발전, 인구변화, 기후변화, 급속한 세계화와 이로 인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대화의 역할에 주목했다. 사회적 대화가 비단 노사관계에서만이 아니라 환경변화의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점이 인상적이다.

2세션에서는 인적자원관리가 직면한 도전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3세션인 노동시장 세션에서는 아닐 버마(Anil Verma)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의 최저임금 논문이 흥미롭다. 그는 최저임금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지만 빈곤한 워킹푸어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최저임금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노동자들의 숙련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세션에서는 다양성 이슈를 다뤘다. 이 중에서 대만에서 늘어나고 있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이민노동자들의 파업 등 집단적 의견개진에 대해 살펴본 논문이 주목할 만하다. 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과 부당한 경험이 부정적 감정 등을 통해 파업 같은 집단적인 행동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보호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경우 집단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5세션은 신흥국의 노사관계를 다룬다. 일의 미래를 다루는 6세션에서는 그리마(Grima) 파리대학 교수의 논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프랑스 우버택시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우버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도 아니고, 프리랜서도 아닌 그야말로 인터넷 플랫폼에 의존해 있는 취약한 노동자들이라고 개념화하고, 노동조합이 이들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지와 관련한 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는 노동조합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2단계는 조직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결정 단계다. 마지막 3단계는 실질적인 조직화단계로 저자는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행위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마 교수의 논문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이들을 노동자로 인식하고 조직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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