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2시를 약간 넘긴 시각.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 “언론중재위원회 ○○○ 조사관인데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께서 정정보도를 신청하셨습니다.”

- 언론중재 신청이야 국민 권리니까 당연한 거고, 근데 홍준표라고? 점심을 먹고 들어와 나른했는데, 머리에서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걸 느꼈죠.

- “어떤 기사를 정정보도해 달라는 겁니까?”

- 담당조사관은 난감한 듯 말했습니다.

- “아, 2018년 6월8일자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데요. 제목을 바꿔 달라고 하네요.”

- 홍 전 대표가 정정보도를 신청한 기사 제목은 <홍준표 대표 “종전선언 반대” 북미정상회담 찬물 끼얹어>입니다. 전날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한 얘기를 기사화한 건데요.

- “뭐가 잘못됐다는 거죠?”

- “제목에 ‘북핵 폐기 전제 없인’이라는 내용이 빠졌다고 합니다. 제목을 바꿔 주시면 심리를 하기 전에 취하하겠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 언론중재위가 제안한 제목은 <홍준표 “북핵 폐기 전제 없인 종전선언 동의 못해”>였습니다.

- 홍 전 대표가 언론중재위 서울제○중재부에 정정보도를 신청한 언론사만 6곳이라고 하는데요. 참고로 언론중재위에는 서울중재부 8곳, 지역중재부 10곳이 있습니다.

- 웬만한 언론사는 대부분 정정보도를 요구했다고 보시면 될 거 같네요. 자기가 직접 했겠습니까, 아랫사람 시켰겠죠.

- 어떤 내용을 걸었을까요? 조사관에게 문의해 보니 제목에 “반대”라는 표현이 들어간 기사를 문제 삼았다고 합니다.

- 그래서 검색해 봤죠. 조선일보(조선닷컴)는 어떤 제목을 달았을까.

- 조선일보는 뉴시스 기사를 전재했습니다. 기사 제목은 <홍준표 “미북회담, 종전선언 결단코 반대 … 한반도 최악 재앙”>입니다.

- ‘반대’는 물론이고 ‘결단코’에 ‘재앙’까지 붙였네요. 당연히 ‘북핵 폐기 전제 없인’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언론사들이 제목을 그렇게 길게 뽑지도 않지요.

- 한데 홍 전 대표는 조선일보에는 정정보도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언론중재위에 확인해 보니 홍 전 대표가 언론중재위에 신청한 때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이었다고 합니다.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을 때죠. 6월8일부터 12일 사이에 신청했다는 얘기인데요.

- 절체절명의 지방선거를 앞둔 그 중요한 시기에 제1 야당 대표가 포털에서 한가롭게(?) 자기 이름을 검색했다는 말입니다.

- <매일노동뉴스>는 언론중재위의 제목 수정 제안을 곧바로 거절했습니다.

- “번거롭고 힘들긴 하지만 중재기일에 성실하게 출석하겠습니다. 근데 홍준표 전 대표는 나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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