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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는 돌봄노동조혜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조혜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단언컨대 서비스산업의 최고 정점은 돌봄서비스다. 거의 모든 사람이 복지국가 이상향을 꿈꾸지만 국가가 모두를 돌봐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개인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돌봄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메꾸고 있다.

돌봄노동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돌봄노동은 멀리 있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돌봄노동자에 의탁해 살아간다. 단 몇 시간이라도 아이들 돌봐 주는 아주머니부터 어린이집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과 태권도 사범님, 나이가 들어서는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간병인까지. 돌봄노동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노동이 개별적 특수성을 지닌다고 하지만 돌봄노동은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돌봄’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특수성은 노동자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엄격한 비난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노동력 대상이 대체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그를 돌보는 사람의 관계는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호자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돌보는 사람에게 비난과 책임이 집중되기 쉽다.

한 초등학생이 있다. 나이도 어리며 단체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수업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어려워하며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 역시 어려워한다. 담임선생님은 이런 이유만으로 학생을 혼내지 않는다. 초등학생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생활 규칙을 어기는 것을 묵과하지도 않는다. 학생 부모와 끊임없이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소통하며 정도가 심한 날에는 물리적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친구 몸을 붙잡고 여러 명의 아이들이 공을 던지는 위험한 행위를 한다거나 수업시간 중 걸레를 휘두르며 고성을 지르는 아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육체적 충돌이 생길 경우 담임선생님이 육체적·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일까?

한 어르신이 있다. 치매가 너무 심해 가족들조차 돌보는 것이 어려워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어르신이 상태가 나쁜 날은 다른 어르신들의 얼굴을 할퀴거나 꼬집고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가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실 때에는 의자나 침대에 있다가도 낙상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2시간 범위 내에서 신체 억제대를 사용한다는 동의서를 보호자에게 받아 둔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1명당 돌봐야 하는 어르신의 숫자가 20명이 넘어가는 현실상 2시간 제한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모든 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시간제한 없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한다. 억제대 사용지시는 시설장이 내리며 지시를 위반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담당 보호사가 진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보호사가 원장 지시로 어르신에게 신체 억제대를 사용해 2시간 이상 침대에 묶어 놓았다면 요양보호사는 형법상 감금죄를 저지른 것일까?

학생의 소란행위를 저지하던 20년 경력의 부장 선생님은 학부모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죄로 고소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치매 어르신을 침대에 묶어 두라는 지시를 받고 동료 요양보호사와 함께 치매 어르신을 침대에 신체 억제대로 묶어 둔 11년차 베테랑 요양보호사는 형법상 감금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돌봄노동자가 보다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범이 되고 요양보호사가 감금범이 된 것은 개인 윤리문제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불완전함으로 발생한 문제까지 돌봄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면 폐해는 돌고 돌아 돌봄대상자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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