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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길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두 개의 길이 있다. 세상살이가 어차피 길인 것이고,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니 언제나 두 개의 길 앞에 우리는 서 있다. 그중 하나의 길을 택해 걷는다. 인간의 역사는 그래 왔다. 수만 번의 선택을 통해 이 자리에 서 있고, 오늘 우리의 선택으로 한국 현대사가 쓰인다.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 노동운동도 언제나 두 개의 길 앞에 서 있었고, 오늘 다시 서 있다. 최근 이 나라 노동운동은 주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과 산입범위를 확대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이 나라 노동자들 앞에 당당히 말하기는 어려운 법 개정이었다. 오히려 노동자를 위해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해야 할 지경이었다. 지난해 촛불대선을 통해 당선된 ‘노동존중 사회’의 문재인 정부에서 대표적인 노동법 개정은 이 나라 노동운동 앞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대화냐 투쟁이냐.

2.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양대 노총도 노사정대표자회의 등에 참여해 왔다. 2018년 초부터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 것이다. 투쟁과 대립의 길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2015년 9·15 노사정합의 이후에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본격화되면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등 고용노동부 지침 발표에 반발해 이 나라에서 노사정 간 최상급 수준에서 대화가 중단됐던 것인데 이를 문재인 정부 들어 복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법 개정이라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국회 의결이 있자 양대 노총이 그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사회적 대화 옹호론자들은 노동법 개정안을 의결한 국회를 원망했을지 모른다. 최저임금법 개정이 있은 직후인 지난 6월 한 달의 이 나라 노동운동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참여도 거부하면서 투쟁을 높이 외쳤다. 전국단위의 노동자대회 등 집회·시위와 총파업투쟁이 과거 박근혜 정권의 친자본 노동정책에 맞서던 때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지난 3일 다시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존중은 흔들림 없다”며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양대 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요청했다. 이때는 이미 지난달 27일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 정책협의를 열어 최저임금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에 복귀한다고 밝힌 상태였으니, 문재인 대통령의 주된 대상은 아마도 민주노총이었을 게다.

3. 이 나라 노동운동이 한창 투쟁의 길로 나아가던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에 관한 긴급토론회가 있었다. 이인영·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원하고 한국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였는데, 나는 ‘개정 최저임금법의 법적 문제 및 개선방안’에 관한 발표를 했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명목 임금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킨 최저임금법의 문제를 살피자니 단순히 몇 가지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말해야 했다. 부칙을 통해 25% 혹은 7%부터 순차적으로 산입범위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2024년부터는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명목의 임금은 모두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는 법이다. 아르바이트 등 그야말로 초단기 임시직을 제외하고는 얼마가 됐든 이러한 명목의 임금을 지급받는 게 일반적이고, 아예 지급받지 않는 게 특별하다. 상여금이 아니라도 교통비·식비, 무슨 수당 등으로 지급받는 것인데 그것이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자신의 임금이 정해지는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 저하되게 된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많이 지급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받는 게 부당하다며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있었고, 이것이 아마도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일정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산입하는 조항의 추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3년까지인 것이고, 2024년부터는 그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니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라고 해서 특별히 배려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법 개정을 두고서 통상임금 문제가 커다란 관심을 끌었고,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동운동도 이번 법 개정의 중요 문제로 제기했다. 그래서 나는 혹시나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토론회에서, 언론인터뷰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의 중요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손쉽게 취업규칙 변경을 하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던 기준을 해당하지 않는 기준으로 하게 된다면, 통상임금 저하로 나타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하지만 이 문제는 이번 법 개정에서의 중요 문제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했던 여야의 합의로 해결할 만한 것이다. 누구나, 심지어 자유한국당 의원조차도 그 법 개정에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할 만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입범위 확대에 관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해 투쟁하는 이 나라 노동운동이 통상임금 문제로 최저임금법 개정문제를 접근해 이에 매몰되면 어쩌나 우려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 복귀하는 명분을 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에서 찾는 데 그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실제로 한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런데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지난주에 다시 그 기자가 연락해 와서는 예상하신 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내게 말하는 거였다. 사회적 대화든 뭐든 그 대화에 참여할지 여부는 그때 상황을 고려해서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하면 된다.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가 노동운동의 성격을 규정짓는 문제일 수는 없다. 어용노조와 자주노조를 구분 짓는 문제는 아니다. 산입범위를 확대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은 그 산입범위를 그대로 두고서는 노동자권리를 위한 개선은 가능하지 않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로 넘어갈 수 있는 법 개정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 노동운동이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폐기를 외치지 않고, 다른 것을 시급한 문제로 든다면 최저임금에 의해 자신의 임금 수준이 정해지는 수백만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대화의 길이든 투쟁의 길이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나아가는 길만이 노동운동의 길로서 올바르다.

4. 확실히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노동자를 향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서도 자신이 공약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만큼 그는 남다르다. 어쩌면 민주노총조차 노사정대표자회의 등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결정한 것도 그에 대한 기대가 이전의 권력자들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떨 때는 그의 입은 노조간부의 것보다 더 노동자를 위해서 말한다. 그의 지지율 70%은 그저 확보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지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 달라는 그의 호소를 외면하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니 노동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노동자 자신의 대중운동으로서 노동운동에게는 위험한 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재인의 길과 이 나라 노동운동의 길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이 노동자를 위한 말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입은 입이고, 행동은 행동이다. 실제 행동을 가지고 평가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노동정책 중 주요한 것은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노동시간단축은 주 52시간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추진되고 있다. 300명 이상, 공공기관 등의 사업장에서 지난 1일부터 시행이 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원만하게 시행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런데 그건 법이 정한 처벌을 6개월 동안 유예해 주겠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유예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그 법을 노동현장에서 집행해야 할 근로감독관 등이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니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법 집행이 아닐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1주일이 일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한 7일이라고 규정하고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이뤄진 것에 있다. 이로써 졸지에 개정 전의 법은 1주일은 일요일 등 휴일을 제외한 5일 혹은 6일이었다는 것이 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휴일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법 개정을 통해 나쁜 신호를 주고 말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만큼이나 나쁜 입법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인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에 관한 법 개정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는 나쁜 입법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입은 그걸 나쁘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박근혜 심판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함께했던 이 나라 노동운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길을 가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동운동이 권력에 기대지 않고 노동자와 함께 스스로의 힘을 믿고 나아가야 대화와 투쟁이라는 두 개의 길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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