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보육교사·장애인활동지원사·요양보호사 같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그동안 서류상에만 있는 가짜 휴게시간에 무급노동을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들에게 실제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회서비스 노동자 휴게시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돌봄 시간의 공백이 생기면 안 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교대제 도입과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원래도 있었던 가짜 휴게시간, 공짜노동 바로잡아야=이달 1일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다. 기존 특례업종에 포함됐던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이달부터 제외됐다. 발제를 맡은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최근 어린이집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개정 근기법 때문에 어린이집 휴게시간 부여 의무가 신설됐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며 “그동안 어린이집은 실제로는 가짜 휴게시간을 주면서 근기법을 위반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례업종에 해당하더라도 휴게시간을 아예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법제처도 특례업종의 휴게시간에 대해 “휴게시간 간격이나 시간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제한적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며 “휴게시간을 법률에서 정한 기준보다 줄이거나 전혀 주지 않도록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질의회시한 바 있다.

대다수 어린이집에서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1시간 휴게시간을 포함했지만 실제로는 쉴 수 없어 무급노동을 시킨 셈이다. 조현주 변호사는 “보육교사들의 업무내용을 규정하는 보건복지부 표준보육과정과 일과표에도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은 보장돼 있지 않다”며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은 가짜 휴게시간으로 공짜노동을 강요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술한 정부 대책, 장기적 대책 준비 필요=복지부는 6천명의 보조교사인력을 채용하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휴게하도록 하고, 휴게시간을 10분씩 쪼개서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휴게시간 보장을 이유로 초과보육을 강요하고 보조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8시간 근무, 2교대제 도입, 근무시간 내에 연구시간을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이 쉬는 동안 다른 보육교사가 보살펴야 할 아동을 떠맡는 방식이나 단시간 보조일자리를 늘리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곽철홍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 사무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지원방안이 자체로 완벽할 순 없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6개월 계도기간을 활용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왕현진 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과장은 “보조교사 6천명 확대 대책은 7월1일 시행에 맞춰 일단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 내놓은 것”이라며 “근본적 변화를 요하는 부분은 쉽게 바꾸기 어렵지만 근기법이 개정되면서 휴게시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변화의 동기가 생긴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사회서비스업종에서 휴게시간 부여와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인력을 충원할 때 좋은 일자리 확대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온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보육교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시설요양보호사 사업장은 휴게시간의 문제를 넘어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근무형태를 바꿔야 한다”며 “교대제 방식을 통해 장시간 근무를 해소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면 최소 두 배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기간제·시간제·호출노동 같은 비정규 일자리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고용이 안정되고 노동가치가 존중되는 일자리로 접근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휴게시간 문제는 새롭게 충원해야 할 사회복지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부터 출발하라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김유경 공인노무사(노노모 사무차장)는 “입법을 통해 가짜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에 대한 임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노동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가짜 휴게시간 문제와 임금체불 진정사건에 대해 노동부가 의지를 갖고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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