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제가 소속된 사업장이 한국전력공사입니다. 현장에서 일할 때 전선줄에서 추락하고 감전돼 팔다리가 잘리는 것을 목격했어요. 화상 입은 동료들의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봐야 했습니다.”(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영화 제작현장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점심·저녁 식사시간도 보장됩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현장은 아직 그런 체계가 부족해요. 드라마 제작현장도 영화 제작현장처럼 바뀌면 좋겠습니다.”(배우 박철민씨)

“서비스산업 비중이 늘면서 과거의 산업재해 영역을 넘어서는 감정노동문제가 또 하나의 직업병으로 대두되고 있어요. 이제는 감정노동 피해를 개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산업구조에 따른 새로운 직업병으로 접근해야 합니다.”(이정미 정의당 대표)

51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을 맞아 한국노총과 안전보건공단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생명과 인권을 위한 안전보건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위험의 외주화·감정노동 해결되지 않는 안전·인권 문제



매년 9만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고통받고 2천여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발생 1위국이라는 타이틀에도 산재가 줄지 않는 나라. 다치고 죽고 욕설과 폭언·성희롱에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이 멍들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멈추지 않고 노동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현실 앞에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은 깊은 한숨을 지었다. 김주영 위원장과 이정미 대표·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영화배우 박철민씨가 패널로 나와 경험을 나눴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자”거나 “안전관리 체계를 바꾸고 법·제도를 정비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위험의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두용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위험의 외주화를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업장 산재발생 비율이 낮으면 산재보험료율을 낮춰 주고 산재가 많이 발생하면 반대로 할증을 한다”며 “누군가는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데 산재예방정책을 보험료율과 연계하다 보니 위험한 일을 외주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에 화재가 나는 등 위험의 외주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미 대표는 “위험하고 남들이 기피하는 일일수록 더 보호하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의 관리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공공부문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감정노동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며 “고객의 터무니없는 욕설과 성희롱에 대한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두용 이사장 “노동자 산재입증 책임 완화해야”



올해 초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삼성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한 반면 업무상재해를 입증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재해 노동자 개인의 권익을 넘어 노동자의 생명·신체의 건강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며 공개를 요구했다. 박두용 이사장은 “기업은 노동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작업장이 얼마나 안전한지 알릴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 산재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사측과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는 제도개선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 이야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에 출연한 박철민씨는 드라마·영화 촬영현장에서의 스태프 처우와 안전문제를 지적하며 처우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씨는 “밤샘 촬영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스태프노조가 출범하면서 처우가 개선되고 정당한 노동시간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열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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