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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을 바라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이 7월1일 시행됐다. 시행에 있어 다소간 혼란은 있겠지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일상생활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은 분명하다. 마치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이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잃어버렸던 주말을 돌려줬던 것처럼, 잃어버렸던 저녁을 가족이 함께 누리게 되는 시대를 맞을 것이다. 누구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될 경우에나 가능하리라.

그 시기를 제때 맞이하려면 정부의 정책집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의지가 의문스럽다. 시행을 앞두고 위반 사업장 처벌을 6개월이나 유예했다. 위헌 상황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의아할 따름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고 그 단위기간도 6개월로 연장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과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뭔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인지.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목적하에 다양한 정책을 펴 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노동양극화 해소’ ‘비정규 노동자 기본권리 보호’ 등이다. 특히 노동이 사회양극화 해소의 중추적인 정책으로 집행됐다. 집단적 노사관계법에서도 같다. 대규모 사업장이 아닌 영세·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겠다던 2010년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도 궁극적인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책 집행 결과, 우리가 보아온 결과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노동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노동자들 간 삶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말았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통계를 보면 소득양극화는 악화되고 있다. 세계에서도 부의 불평등이 가장 큰 나라라고 지목된 지 오래다. 교섭창구 단일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시행 9년을 맞고 있지만 영세·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이 그들 스스로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있다는 뉴스도 크게 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누구나 지적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없이 임시처방만 남발했기 때문이다. 현안 중의 현안인 ‘노동시간 52시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그 제도 자체만으로는 원래 목적에 이를 수 없다. 정반대 종점에 도착한 후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불행하게도 노동시간단축 문제도 최저임금 문제도 그러한 전철을 밟을는지 모른다. 오직 ‘노동시간단축법’ 하나만으로 모든 노동자의 저녁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이라면, 오히려 삶의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필자의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예상하건대 노동시간단축 혜택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일자리의 노동자들이 더 크게 누릴 것 같다. 아마도 영세·중소 사업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단축된 노동시간에 따라 감소된 임금보전을 위해 또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야간알바’ ‘투잡’을 찾으러 나서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노동시간단축법은 일자리 하나를 더 구하라는 법일 뿐이다.

해소방법은 뭘까. 최근 현장에서 받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 못지않게 이른바 ‘사회적 임금’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잘 알듯이 ‘사회적 임금’은 사업장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는 임금이다. 여러 이름으로 제공되는 각종 복지, 수당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주택·교육·보건·의료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일 수 있더라도 노동자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사회구성원이라면 마땅히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리이지만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에게만 그 짐을 감당하라고 한다.

물론 ‘사회적 임금’의 대상·정도·수준 등 구체적 내용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결정하는 방식이어야만 한다.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 어느 주체 일방이 결정한다면 온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방법으로써 현재 가장 유효한 방식은 사회적 대화만 한 게 없다고들 한다.

최근 들어 사회적 대화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는가 묻는 이들도 있다.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마침 지난 3일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했다. 예정에 없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다소 불안해 보였던 사회적 대화를 “대통령이 앞장서서 더욱 든든히 꾸려 가겠다”라는 메시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9월 본격적으로 출범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도 기대해 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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