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손해사정에 노조가 설립됐다. 회사 전신인 옛 LIG손해사정에 노조가 설립됐다가 와해된 지 10년 만의 일이다.

3일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KB손해사정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대전본부 회의실에서 설립총회를 열고 노조 KB손해사정지부를 출범시켰다.

KB금융그룹은 옛 LIG손해사정을 인수하고 2015년 사명을 KB손해사정으로 바꿨다. KB손해사정지부가 회사 첫 노조는 아니다. 이곳 노동자들은 2008년 8월 사무금융연맹 손해보험노조 LIG손해사정지부를 만들었다. 한때 4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 전원이 노조를 떠나는 데에는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LIG손해사정지부가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 탈퇴강요 중단을 요구하며 2주간 파업을 하자 회사는 폐업을 예고하며 지부를 압박했다. 조합원이 전부 탈퇴해 같은해 10월 말 사실상 문을 닫았다.

KB손해사정지부는 옛 LIG손해사정지부의 인적·물적 토대를 승계한 조직은 아니다. 정철 초대 지부장은 "잦은 임원교체 때마다 실적강요로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인력은 채용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져 직원들의 불만이 쌓였다"며 "노동환경 개선과 인력확충을 이뤄 내기 위해서는 노조밖에 답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부를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설립총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직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전체 직원 1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이달 중으로 회사에 임금·단체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부는 출범선언문에서 "업무량은 지난해 대비 23% 증가했으나 인력은 고작 2%만 충원됐고 그로 인해 직원들은 노예 같은 노동환경에 몰렸다"며 "회사 모습을 보고도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으면 우리는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 출범으로 KB금융그룹에 소속된 노조 지부는 KB카드·KB손해보험·KB증권·KB캐피탈·KB신용정보에 이어 6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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