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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는 문송면·원진 노동자, 함께 걷는 황유미 ①] 매년 2천400명 산재사망, 재벌은 외주화·영업비밀 타령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온도계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군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인조비단을 만들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온몸이 마비되고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 속에 죽어 갔다. 이들 모두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일하다가 직업병에 걸렸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2018년에도 반도체공장에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 가는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위해 10년 가까이 싸우고 있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3세 청년노동자는 청산가리의 기체형태인 시안화합물을 바가지로 퍼 옮기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30년간 노동자의 일터는 얼마나 안전하고 건강해졌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가 노동안전보건의 역사와 현실을 고민하는 글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1988년 열다섯 살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면서 16일간 장례투쟁이 있었다. 915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된 원진레이온에서는 91년 김봉환 노동자 사망 후 137일의 장례투쟁을 했다. 몇몇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던 87년부터 97년까지 10년간 투쟁이 계속됐다. 당시 노동자와 시민·안전보건 전문가들이 함께 투쟁하면서 92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제도와 원진 녹색병원·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120개 단체와 공동으로 문송면·원진레이온 노동자 30주기 추모 사업을 진행한다. 이제 수은중독은 국제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관련한 국제협약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2015년 광주 남영전구 4차 하청업체에서 20여명의 노동자가 수은에 중독됐다.

30년 전 문송면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처음으로 받았고 그가 아픈 이유가 수은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5년 청년노동자 7명을 실명 위기로 몰고 간 메탄올 중독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호구도, 안전교육도 없이 메탄올에 중독된 노동자들은 30년 전 문송면처럼 몇 개 병원을 전전하고 나서야 메탄올 중독임을 알게 됐다.

30년 전 원진레이온에서도 정기적인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이 이뤄졌다. 그러나 노동자 건강이 위험하다고 알려 주는 결과는 없었다. 두통과 팔과 다리 감각이상·통증을 호소하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매독에 걸린 거 아니냐’는 조롱을 당하기까지 했다. 절박한 노동자들이 88년 올림픽 성화봉송을 막겠다고 경고하자 회사측은 직업병 판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구성 이후에도 엉터리 작업환경측정과 검진을 하고는 “부서가 다르다” “퇴직했다” “직업병이 인정되려면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산재인정을 가로막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직업병 노동자들이 기업과 보수적인 전문가집단에게 똑같은 주장을 듣고 있다.

30년이 지난 오늘도 일터에서 하청·파견 노동자 산재사망이 지속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재벌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추구다. 재벌대기업은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업무를 외주화한다. 산재예방·보상 책임과 처벌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십수 년 동안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지목됐던 현대·SK·대우·포스코에서 줄줄이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삼성에서는 2013년 울산 물탱크 폭발사고와 화성 불산 누출사고로, 2017년에는 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영업비밀을 내세워 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도 재벌 대기업이다. 그 대표주자가 삼성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삼성전자 직업병 인정 투쟁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농성은 1천일을 맞고 있다. 320명의 직업병 피해자와 118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삼성은 2015년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무시하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가동하더니 그해 10월7일부터 대화를 중단했다. 반올림은 농성을 시작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노동자에게 공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산재보상 신청 노동자에게 이를 제공하지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동종업계조차 공개하는 자료를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논리를 들이밀고 있다. 여기에는 친삼성 언론과 정부기관까지 동원됐다.

88년 이전에도, 88년 이후에도 반복되는 죽음의 일터. 직업병의 끔찍한 현실을 이제는 정말로 끊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30년 전처럼 온 사회가 들불처럼 일어나 재벌대기업 삼성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공동투쟁을 해야 할 때다. 4일 우리가 삼성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다.

최명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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