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가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도록 서명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공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공사, 자회사 전환 위해 부당노동행위”

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본부는 2일 정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공사는 올해 2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처음 연 뒤 지금까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6천7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공사는 협의회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수납원을 고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연합노조와 공공연대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투본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출범한 한국도로공사영업소노조(영업소노조)가 출범식 다음날 “요금수납업무가 핵심이 되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문제는 공사 직원이 톨게이트 수납원들에게 해당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양평톨게이트 요금수납원 A씨는 “지난달 28일 공사 이천지사 관리자가 톨게이트 서무직원(주임)에게 오후 5시까지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며 “지사 관리자가 ‘서명에 불참한 노동자에는 최악의 경우 재계약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양평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대다수가 먹고살려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한 톨게이트에서 서무업무(주임)를 하는 B씨도 “지사 관리자가 톨게이트를 찾아와 팀장에게 ‘(요금수납원들에게) 성명서 서명을 받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연합노조는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다른 본부에서 해서(서명을 받아서) 우리 본부는 못하게 했다"는 취지의 본사 관리자 발언이 담겨 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노조가 해당 문제에 대해 본사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발언한 내용”이라며 “공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순향 지회장은 “공사가 (영업소노조를 이용해) 요금수납원이 뭉치지 못하도록 장난질을 치고 있다”며 “공사는 영업소노조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당당하게 앞에 나와 이야기하고 직접고용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자회사가 추세 vs 또 다른 용역업체

공사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곽재웅 영업소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받으려는 의도로 (서명을) 시작했다”며 “공사측에서 어떤 식으로 (서명 요구에) 관여했는지 (노조는) 모르는 일이며 공사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협의회에서도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공사는 지난달 열린 협의회에서 인천공항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한국조폐공사·파리바게뜨를 사례로 제시하며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안을 강조했다. 공투본에 따르면 공사 관계자는 “생명·안전 이외 업무는 자회사 전환이 추세”라며 “수납업무는 직접고용 범위인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투본은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업체일 뿐"이라며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라는 또 다른 차별의 굴레를 씌운다면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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