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임금동결을 감내하기로 한 노사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불승인해 조인식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사용자도 아닌 산업은행이 경영진을 앞세워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2일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현대상선 노사가 지난달 15일 체결하려던 2017년 임금·단체협약 조인식이 산업은행에 의해 무산됐다. 경영진이 보고한 임단협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경영위기로 2016년 채권단 공동관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다. 같은해 출범한 노조 현대상선지부(지부장 김태훈)는 지난해 연말부터 회사와 2017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노사는 올해 5월18일 16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6월15일 임단협 조인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2017년 임금을 동결하고 기존 취업규칙을 단체협약에 명시하는 수준으로 정리했다. 교섭에 참여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 출범 후 첫 교섭이어서 임금성 문제보다는 노조를 인정받고 향후 노조활동 기틀을 만들기 위해 단협 체결을 목적으로 했다"며 "산업은행이 합의안을 승인해 주지 않아 조인식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관리단 3명을 파견해 현대상선 경영을 좌지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경영에 관한 내용을 관리단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다. 지부에 따르면 노사 합의 소식을 보고받은 관리단은 임단협 체결 자체를 불승인했다.

지부가 지난달 15일께 해당 소식을 접하고 항의하러 찾아간 자리에서 관리단 관계자들은 "1분기 1천억원대 적자가 났는데 이런 일을 왜 하느냐"며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되기 전까지 미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부는 같은날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섭결렬에 따른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부는 3일 정오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 앞에서 임단협 투쟁승리 조합원 결의대회를 한다. 김태훈 지부장은 "회사 경영관리를 관리해야 할 산업은행이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배치되는 행위를 중단하고 노사 교섭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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