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기까지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 당시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8시간이었다.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했다. 이제 법정 노동시간은 40시간이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도 52시간으로 줄었으니 그 8시간을 줄이는 데 무려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이번 노동시간단축은 주 40시간 단축 때와는 다르다. 주 40시간으로 단축될 때는 휴일노동에 대한 제약이 없었다. 사실상 68시간 이상 노동시간이 가능했다. 그러나 7월부터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주당 노동시간을 16시간이나 줄이게 됐으니 8시간 줄이는 데 65년이나 긴 시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노동시간단축은 평가받을 만하다.

노동시간단축 효과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삶과 기업 생산방식, 국가 경제체질까지 변화시킬 대전환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전환의 시기에 노동시간단축을 인식하는 관점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녁 있는 삶을 원했더니 저녁 먹을 돈이 없다는 식의 비판은 노동시간단축을 경제적 이기주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 인간화에 대한 논쟁을 동반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노동자보다 노동시간 통제권이 강하다. 노동시간단축이 실현되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노동생산성 하락을 방지하려고 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시간 경직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변동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게 된다. 선택적 근무제나 탄력적 근무제가 도입되는 배경이다.

사용자는 노동시간이 단축된 양에 해당하는 금액을 삭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노동조합은 임금이 하락하고 노동강도가 세지는 것에 반대한다. 소득이 감소하고 노동강도가 세지면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금 문제는 생산성과 노동의 인간화에 대한 적정한 수준에서 노사가 타협점을 찾았다. 생산성이 확보된 만큼 임금을 보전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고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으로 보전했다. 노동시간단축을 임금 문제로만 보면 이해관계 틀에 갇히게 된다. 저녁 먹을 돈이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동시간단축 제도를 안정화하려면 시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 보자. 시간이라는 자원을 분배의 관점이 아니라 보존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자원보존 관점은 자원고갈 관점과 대비된다. 자원보존 관점은 스트레스 연구에서 이론화됐다.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고 유지하고 보존할수록 스트레스가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노동자에게는 노동하는 시간과 노동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노동하는 시간은 노동력을 발휘하는 영역이고, 노동하지 않는 시간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영역이다. 노동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면 스트레스가 커진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삶의 질도 악화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노동하는 시간과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풍부할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노동하는 영역에서는 유연성을 통해 생산자원을 확보하고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영역에서는 휴식을 통해 노동력 질을 높이게 된다. 두 영역이 상호작용해 선순환하게 되면 노사 모두를 웃게 만들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 역사적 대전환의 출발이다. 가 보지 않은 길을 나서면 불안하다.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할 수 있다. 이럴수록 단기적인 이해관계 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주 52시간을 넘어 주 40시간을 완성하는 빅픽쳐를 그려 나가길 소망해 본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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