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정으로 양산된 파견노동자들이 산업현장의 밑바닥에서 갑질을 겪으며 일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파견과 관련한 제보를 분석한 결과 파견노동자들이 잡무 지시·괴롭힘·적은 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파견법은 1998년 2월 제정돼 같은해 7월 시행됐다. 20년 동안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몇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직장갑질119가 파견·용역·하청 노동자들이 제보한 사건 160건(사례 179건)을 분석했더니 파견노동자들이 임금(45건·25.1%), 해고(40건·22.3%), 괴롭힘(37건·20.7%), 잡무 지시(30건·16.8%) 같은 유형의 갑질을 겪고 있었다.

45건의 임금 관련 제보 중에는 동의 없이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 한다는 제보가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방송국 파견노동자는 올해부터 지난해 30만원을 주던 연장수당이 삭감되고 시급제로 전환됐다. 회사는 없던 휴게시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여 임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했다. 휴게시간에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원청 관리자나 상급 직원이 재계약을 이유로 대며 폭언과 괴롭힘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 콜센터 관리직은 정규직이지만 매니저와 일반 직원은 각각 다른 하청회사 소속이다. 회사가 다른데도 매니저는 일반 직원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계약연장은 없다"고 말하거나 연차를 못 쓰게 한다. 파견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는 제보는 40건, 업무와 상관없는 잡일을 시킨다는 제보는 30건이었다.

S생명 연수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계열사 S서브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면접관이 S생명 본부장이었고 업무지시는 S생명 정규직이 했다. 그가 당한 갑질은 충격적이다. S생명 임직원을 호위하거나 그들의 아침산책을 돕고, S생명 정규직 회식자리 뒤처리를 하거나 금붕어 키우기·두더지 잡기·제설작업과 정규직 간부 운전기사 일을 도맡아 했다. 김씨는 최근 노동부에 "S생명이 직접고용하도록 명령해 달라"며 불법파견 진정서를 냈다.

직장갑질119는 "파견·용역·하청·도급직원을 사용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파견법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직접고용을 명령하고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회사는 엄벌해야 한다"며 "국회는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파견법 폐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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