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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 보완대책이라고?] 노동자 대변장치 부실한데 유연근로시간제만 강조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학술대회서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우려
1일부터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가 시행됐다. 정부·여당 고위관계자들은 노동시간단축 보완대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로시간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연근로시간제를 시행하기에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결정권 보호장치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서면합의 한다지만 자세한 규정 없어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를 시행하려면 사용자와 노동자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 서면합의 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이 바뀌는 과정에서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회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오후 중앙대에서 개최한 2018년 하계학술대회에서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법제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근로자대표에 의한 서면합의 제도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만,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에는 입법적 흠결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근기법에 명시된 노동자대표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서면합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불분명하다. 사업장에 과반수노조가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 과반수노조나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사용자 협상 대상으로 규정하는 다른 노동관계법을 준용하면 된다.

과반수를 밑도는 노조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노동자대표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기로 사용자와 서면합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노동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에서 연장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면 서면합의와 단협이 충돌하게 된다.

노조가 아예 없는 사업장은 노동자대표가 서면합의한 내용을 적용하기 쉽다. 하지만 노동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 근기법에 언급된 게 없다는 점이 문제다. 노동자대표 권한을 통제하는 방법,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 회사의 부당한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근기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김근주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단축 관련 근기법 부칙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중심으로 한 유연근로시간제도 정비를 입법적 과제로 주문하고 있는데, 제도를 도입하는 절차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가입률 낮아 제도 남용 우려

노조 가입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노조 견제를 받지 않는 사용자가 유연근로시간제를 고용안정이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고려 없이 작업 효율성만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이상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노조나 노사협의회 같은 노동자 대표조직을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 못한 사업장에서는 유연근로시간제가 남용될 소지가 있다”며 “노동자 대표조직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주 부연구위원은 “노동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제도가 노조 가입률 저하에 따른 노조의 근로조건 규제력 약화 현상을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실태조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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