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최저임금법 폐기와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기훈 기자>
십중팔구의 확률로 내린다는 비는 오지 않았다. 대신 땀이 비처럼 흘렀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이 사람과 사람이 뿜어내는 열기로 한증막으로 변했다. 몸의 열기는 노동가요와 투쟁구호가 반복되면서 임계점을 향해 갔다. 노동자들은 하반기 총파업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2018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 선포!’를 모토로 삼았다. 노동자 8만여명이 참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규모 집회다.

◇"사기 치지 마라, 문재인 정부"=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금속노조·공무원노조·민주일반연맹은 본대회가 열리기 전 서울 강남역 삼성본관 앞을 비롯한 곳곳에서 사전대회를 했다. 노조·연맹은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본대회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사기 치지 마라, 문재인 정부’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공식행사를 하기 전에 무대에 오른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거부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적폐를 계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를 맡은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개회선언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여러 뉴스와 노동자들의 대응시위를 교차해 편집한 영상이 무대 위 스크린에 떠올랐다.

최저임금법 개정과 직무급제 도입,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언급하는 뉴스 사이로 “특수고용직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했던 약속이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투쟁사가 이어졌다. 박금자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단행한 집권여당을 비판했다.

“집권여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연봉 2천500만원 미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피해가 없다고 했고, 피해가 생긴다면 사퇴하겠다고 했습니다. 17만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피해자입니다. 당장 우리 통장에 월급이 매달 19만원씩 줄게 생겼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 당장 사퇴하십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환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평생 가도 정규직의 38% 수준에 불과한 임금체계로 노동자 등급을 매기고 있다”며 “한우 등급을 나누듯 사람을 신분으로 나누는 현대판 신분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엉터리 비정규직 정책, 사용자에 칼자루까지"=“노동 없이 생산은 없고 생산 없이 생존은 없다. 온 세상의 삶과 풍요는 노동자의 피땀이다.”

문화노동자 박은영·지민주·박준·연영석·김가영씨가 무대에 올라 <탈환>을 불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광장의 약속은 희미해졌고, 우리의 기다림도 끝났다”고 말했다.

“자회사 무기계약직 고용과 임금차별형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엉터리 비정규직 정책을 펴고, 주 52시간 처별 유예로 자본의 요청을 온전히 수용하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려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사용자에게 제도개악의 칼자루를 쥐어 준 정부는 노동존중 정부라 할 수 없다.”

산별 대표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하반기 투쟁계획을 짧게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김명환 위원장이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빨간 애드벌룬 6개가 무대 앞 20미터 공중으로 떠올랐다. 애드벌룬은 하나의 끈으로 묶인 17개의 노조 깃발을 달고 있었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참가자들은 청와대·국무총리 공관·헌법재판소 방향으로 나뉘어 행진했다.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말로만 노동존중,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노동존중 평등세상,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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