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용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직사업부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이 없다”고들 한다.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교섭하기는 더 어려우니 파업은 꿈도 못 꿀 일이라 그렇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고용한 회사와 실제 일을 하는 회사가 다르다.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회사는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월급을 얼마나 줄지 결정조차 못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사장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포스코·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포스코는 매년 사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작업수행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포스코 외주작업 KPI(핵심성과지표) 평가’를 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주요 사내하청업체 103곳(광양 48곳, 포항 55곳)이 평가 대상이다. 한 해 동안 하청업체의 조직안정(노사관련 상시 모니터링체제 구축과 노사 안정화 정도 등)과 안전관리, 혁신활동을 세부 평가항목으로 두고 있다. 포스코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하청업체를 등급별로 구분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한다.

이러한 KPI 평가는 포스코가 하청업체를 ‘직접부서’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심지어 2016년 KPI 평가 내용에는 ‘경영진 봉사활동 참여도’ ‘주요 행사 참여 실적’ ‘노사동향 공유’ 같은 항목도 있다. 이러한 평가는 하청업체 경영실적이나 작업품질 등 본연의 하청업체 관리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또한 ‘조직안정’ 항목 배점을 최근 15점에서 35점으로 확대했는데, 경영진 휴일 현장격려활동, 노사 관련 상시 모니터링,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조기타결 정도 등을 평가한다. 노사 이슈 발생시 최대 5점을 감점한다는 내용도 있다. 포스코가 하청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하며 관리하는 것이다.

지난 5월16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KPI 평가제도를 통해 하청업체를 직접 관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포스코는 외주작업 KPI 평가제도가 아닌 ‘포스코의 직접평가’ 제도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가 하청업체를 한 부서처럼 관리하는 상황이기에, 지회는 포스코에 직접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가 하청업체를 직접 관리한다는 증거는 KPI 평가제도만이 아니다. 2016년 8월17일 광주고등법원은 지회 조합원 16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들을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포스코 생산공정은 원료부터 제품 출하까지 연속공정 흐름으로서 도급이 불가능하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재판부는 조합원들의 업무가 압연공정에 기능적 밀접성이 있고, 포스코가 협력업체에 인원과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대가를 지급한 만큼 불법파견이 맞다고 봤다”며 “이 기준은 포스코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만8천여명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광주고법 판결에 따라 포스코에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불필요한 법적 다툼을 중단하고,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지회와 교섭해야 한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회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과 불법파견 집단소송 참여자가 증가하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를 방해했다. 2006년 포스코에서 분사한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이지포텍·포렌·포웰·포센·프롬스 등에 소속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과 소송 참여를 결정하고 지회에 가입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분사업체와 비공개 협의를 통해 노조 가입과 소송 참여를 방해했다.

현재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하청 10개사 700여명이 지회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의 50년 무노조경영으로 노조할 권리가 철저하게 봉쇄된 상황에서도 노동자 권리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 ‘위대한 포스코’를 표명했다. 지회는 포스코 50년 적폐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회는 △50년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노동조합 인정과 상시 논의체계 신설 △노동조합 참여하에 산업안전시스템 전면 점검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원·하청 노동자 임금과 복지 차별 중단을 포스코에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 착취와 탄압으로 건설되는 ‘새로운 도약’과 ‘위대한 포스코’는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새로운 전환’은 이제 시작이다. 포스코는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지회의 특별교섭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또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대 요구안 협의 요청도 받아들여야 한다. 포스코의 새로운 전환과 노동하기 좋은 포스코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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