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서명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내용이 없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법 개정 이전으로 돌리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액 고시 직후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혼단신 노동자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대신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인상기준으로 삼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제재를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최저임금법에 담아 최저임금 실효성 확보에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내용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전문가TF에서 논의됐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 통상임금화 추진=양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저임금 노동자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올해 안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그 일환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노동관계법·제도 개선에 나선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상당 부분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것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고정성까지 갖춰야 한다. 예컨대 "15일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만 지급한다"거나 "지급 당시 재직 중인 노동자여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은 수당·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보고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 각종 수당에 단서조항을 달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편법을 쓰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이날 협약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근기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을 뿐 통상임금 정의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에 통상임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해 분쟁소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근기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성안한 것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범위를 맞추자"는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최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근기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임금 정의 조항에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 또는 "고정성에 상관없이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이라고 명시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부담 커진다" 경영계 반발 변수=입법 과정에서 재직 조건과 일정 근무일수 조건 같은 논란이 있는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말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고 반발할 여지가 높다.

재계 반발도 변수다. 재계는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초과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퇴직금 등에서 평일 급여의 150%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고 반대한다. 한편에서 "최저임금법을 개정할 때도 보수야당과 타협하느라 노동계에 불리한 안이 나왔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화하는 것을 야당이 합의해 주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금 주고 어음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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