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200여 초식동물이 살고 있는 평화의 낙원입니다. 직접 음식을 줘 볼까요. 용순(기린)아 부르면 올 거예요."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수륙양용차를 모는 김아무개씨가 뒷좌석에 앉은 고객들을 돌아보며 설명한다. 26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에버랜드에서 고객을 운송하는 셔틀버스와 놀이동산 사파리버스·로스트밸리 수륙양용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협력사 CS모터스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옛 삼성에버랜드가 특수차 등 운전업무를 외주화하면서 1998년 CS모터스로 소속이 옮겨졌다.

CS모터스 노동자들은 방학이나 휴가철이 무섭다. 하루 12시간은 기본이고 최대 16시간까지 일하기도 한다. 주 6일 출근해야 하는데, 휴무일마저 관리자가 부르면 출근해야 한다. 일한 만큼 받지도 못한다. 성수기 때 몰아서 일하고 비수기 때 연차·휴무일을 소진한다. 최근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시간단축 후속대책으로 검토 중인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 계절장사를 하는 적지 않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협력업체 소속인 CS모터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해결과 원청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했다. 에버랜드에서 수년째 노조를 지키고 있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에 가입해 CS모터스분회를 꾸렸다.

분회는 26일 오전 용인 삼성물산 리조트지원센터 앞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 해결과 노동자 권리를 요구하기 위한 직접고용 쟁취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CS모터스분회 노동자들은 차량운전과 사파리투어 같은 에버랜드 핵심업무를 하고 있고 업무지시도 원청에서 받는다"며 "불법파견 정황이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처럼 직접고용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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