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과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 역대 최고인상액 결정 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훈풍이 돌았다. 노동존중 사회라는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견제했다.

그런데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법 개정을 거치며 노정 간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을 만들고도 노사정은 대화 한 번 하지 못했다. 정기상여금에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요구한 재계보다 이를 추진한 정부와 국회에 대한 노동계 실망이 더 큰 상황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존중 세상이 올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지난 1년 나름 노력했다”며 “노동문제가 생각대로 잘 풀리는 것 같지 않다. 꼬여 있는 노동문제와 노정관계가 증폭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사공포럼(수석공동대표 유용태) 초청간담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비롯한 노동현안에 대한 생각과 한국노총 대응방향을 소개했다. 박인상 포럼 공동대표(전 한국노총 위원장)가 간담회 사회를 맡았다.

“최저임금·통상임금 산입범위 함께 다뤄야”

김주영 위원장은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도개선 문제를 풀어 보려 했지만 한국노총 의견을 관철하지 못했다”며 “국회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추천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 사퇴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노동계에 불이익이 올 것이란 압박도 있다”며 “한국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시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개악안을 바로잡기 위한) 보다 진전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통상임금보다 큰 기형적인 일이 벌어지게 됐다”며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같이 논의해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 재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통상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대화 신뢰 쌓아야 하는데…”

박인상 포럼 공동대표는 “노동시간단축·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겪으며 정부와 노사 간 신뢰가 떨어졌다”며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한민국 경제와 노동문제를 같이 끌고 나가야 하는 입장인 만큼 보다 포용적 입장에서 여러 현안을 고민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시작하지도 못한 사회적 대화에 아쉬움을 표하며 노사정 간 무너진 신뢰 회복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사회양극화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산적한 현안을 풀지 못하는 갑갑한 현실에 노동자들은 하나둘 지쳐 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포기할 수 없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를 넘어 인간존중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노사정 각 주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주체가 용기를 내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삼 한국경총동우회 회장은 “노동존중 사회를 이야기했는데, 과연 경영은 존중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주영 위원장은 “경영존중 사회는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비호 아래 기업은 성장했고 재벌대기업은 이윤을 챙겼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복지·주거·의료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임금을 늘리는 문제를 노사정 대타협으로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날 간담회를 준비한 박연정 포럼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굵직한 노동현안이 숨 쉴 틈 없이 터져 나왔다”며 “한국노총 운동방향을 듣고 노동현안을 깊이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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