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한 뒤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치솟은 25일 건설노동자들이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상한제가 시행된다. 건설노동자들은 “주 52시간 노동제가 온전히 정착되려면 적정임금 보장과 체불임금 근절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약속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에 노동자 2명씩 죽는 전쟁터 바꿔야”

건설노조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 이행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영철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국이 펄펄 끓는 오늘, 전국 건설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였다”며 “지난해 12월 정부가 일자리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건설현장에 적정임금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2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노동자 임금보장·노동환경 개선·숙련인력 확보를 뼈대로 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발주자가 임금·하도급대금을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모든 공공공사에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상 저가경쟁과 십장·반장의 중간착취로 노동자 임금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건설업체가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10개 내외 현장에 2년간 시범실시한 후 2020년부터 적정임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 발표 6개월이 지난 이달 현재까지 시범사업 현장을 선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영철 수석부위원장은 “7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되지만 건설노동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토·일요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하루에 2명씩 죽어 나가는 전쟁터인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일자리 개선대책이 하루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7월12일 전면파업으로 일자리 바꿀 것”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건설현장을 양질의 청년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3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한 이석호 노조 경인건설지부 조직차장은 “노조 가입 전에는 휴게시간에 담배 한 대 급하게 피우고, 주말에도 어김없이 이뤄지는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며 “건설현장 관행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알지도 못했고 요구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활동을 하며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이 ‘노가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건설현장도 비전 있는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젊은층이 찾는 건설현장을 만들려면 적정임금이 보장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근절되는 일자리 개선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 이행 없이는 건설현장 주 52시간제 도입은 허울에 불과하다”며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개선대책이 병합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은 불법하도급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공공사 현장 발주처부터 적정공사비를 보장하고 관리·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노조는 다음달 12일 전면파업을 통해 건설노동자 삶의 질을 확보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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