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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
   
▲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더불어민주당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압승하자, <시사저널>은 표지 한가득 ‘진보천하’ 깃발 사진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진보로 보는 시각이 넘쳐 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노동의 상품성에 대한 태도다. 인간의 노동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본다면 보수, 그렇지 않다면 진보인 것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선언은 혁명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1944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26차 총회에서 ILO 스스로의 존재이유이자 회원국의 정책기조가 돼야 할 원칙으로 채택된 원리다.

“총회는 ILO가 근거하고 있는 기본 원칙들, 특히 다음 원칙들을 다시 천명한다. a)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b)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c) 부분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 d) 결핍과의 투쟁은 각국에서 불굴의 의지로, 그리고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정부 대표와 동등한 지위에서 공동선의 증진을 위한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인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지속적이고도 협조적인 국제적 노력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나치즘과 파시즘에 대항해 미국과 소련이 이끌던 연합국의 승리가 분명해지던 때인 1944년 봄에 나온 ‘필라델피아 선언’은 전후 세계질서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인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1914년에 일어나 1918년에 끝난 1차 세계대전과 1917년 일어난 러시아혁명의 여파 속에 만들어져 1919년 출범한 ILO는 창립 정신으로 “사회정의 없이 평화 없다”를 내세웠다. 국제 평화를 유지하고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려면 사회정의 실현이 필수조건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ILO는 출범하던 첫해에만 모두 6개의 협약(국제노동법)을 쏟아 냈다. 노동시간(공업)에 관한 1호 협약을 만들어 하루 8시간·주 48시간을 못 박고, 야간노동을 규제하고 아동과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ILO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까지 80여개 협약을 만들어 착취와 억압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했다. 여기에는 주 40시간 노동시간을 규정한 47호 협약(1935년 제정)도 포함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은 노동조건 개선, 즉 노동자의 이익은 노동자의 권리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던져 줬다. 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사물로 보는, 노동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는 체제에서는 노동조건을 제대로 개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결론이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노동자 인간선언이었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ILO가 회원국 노사정 대표자들의 지지를 받아 1948년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을 규정한 87호 협약을, 1949년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98호 협약을 제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노동자 권리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를 통해 완전고용, 생활수준 향상, 직업훈련 제공, 최저임금 보장, 국민의료제도 구축, 교육과 직업에서 평등한 기회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복지사회’ 건설에 매진했다.

보수는 노동자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하면 경제가 불안해진다고 믿는다. 보수는 노동자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누리면 경제가 불안해진다고 믿는다. 진보는 이를 실현해야 경제가 안정된다고 믿는다. 보수는 인간이 경제와 금융에 복무해야 한다고 믿는다. 진보는 경제와 금융이 인간에 복무해야 한다고 믿는다. 보수는 노동자의 노동을 사고파는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경제가 불안해진다고 믿는다. 진보는 인간의 노동을 사고파는 자유를 규제해야 경제가 안정된다고 믿는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고 천명한 필라델피아 선언을 기준으로 할 때 더불어민주당이 진보가 아닌 보수임은 분명하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물론 보수가 아닌 극우로 하루빨리 해산돼야 할 정당이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industriall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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