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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승무원이 대법원 표지석에 던진 국화 33송이정부 12년간 수차례 약속 불이행, 문재인 정부도 모르쇠 … “사법농단 범죄혐의자 변호 역할 중단하라”
   
▲ KTX 해고승무원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표지석에 흰색 국화를 올려 두고 있다. 대법원은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KTX 승무원 부당해고 관련 판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기훈 기자>

KTX 해고승무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 섰다. 13년째 투쟁하는 KTX 해고승무원 숫자만큼 국화꽃 서른세 송이를 준비했다. 양손에 국화를 쥔 해고승무원들은 대법관 13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대법원 표지석에 국화를 한 송이씩 던졌다. KTX 승무원 대법원 판결을 청와대와의 거래가 아닌 ‘새로운 법리를 적용한 재판연구관실의 집단지성’이었다는 대법원측의 입장에 분노를 표했다.

“집단지성 운운하며 피해자 우롱”

KTX 해고승무원들과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는커녕 사법농단 의혹을 은폐하고 범죄혐의자를 비호하는 변호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대법원은 사법농단의 변호사 되기를 멈추라”고 외쳤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홍보심의관을 통해 2015년 2월 선고한 KTX 승무원 판결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대법원은 해명자료에서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의 집단지성에 의해 심층연구와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하는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거래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정권 눈치를 보며 판결한 당사자들이 어디서 집단지성을 운운하며 피해자를 우롱하냐”며 “사람 죽인 판결을 내려 놓고 판결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X 해고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코레일의 위장도급이자, 승무원들이 실질적인 코레일 직원이 맞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합법도급으로 인정하고 파기환송했다.

당시 판결 주심이던 고영한 대법관은 지금도 대법관으로 있다. 고영한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한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해고승무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살인의 변호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정기훈 기자

민변 “재판거래 의혹 덮기 위한 물타기”

법조인들도 대법원 설명자료를 비판했다.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대법관들은 본인들이 결론을 내리면 확정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청와대에 협조했다는 문건까지 나온 만큼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법 재량권 일탈 여부는 대법관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검찰 수사와 국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논평을 내고 “이미 검찰이 수사협조를 요청한 마당에 대법원 홍보심의관이 검찰에 내야 할 의견서를 굳이 국민에게 보여 준 것은 여론을 호도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재판거래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재판 자체가 거래대상이 됐다고 의심받는 사실만으로도 초유의 사건”이라며 “진상규명과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재판에 아무런 의혹이 없다고 강변하는 대법관들의 주장에 절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 지킬 차례”

KTX 해고승무원들은 지난 12년 동안 정부와 코레일측에 수차례 속았다. 코레일은 채용 당시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할 때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직접고용 투쟁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한 특별채용 약속, 1심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고 항소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수차례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이행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후보 시절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과 열차 승무업무의 원청 직접고용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철도노조와의 협약에서는 "해고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정책질의 답변에서는 “철도·항공기 등 여객운송사업 및 해당 분야의 정비·승무업무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과 같은해 12월 철도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고승무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또한 8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해고승무원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역(서부)에서 문재인 정부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을 시작한 뒤에도 청와대와 국토부에 약속이행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승하 지부장은 “25일은 KTX 해고승무원 투쟁 4천500일이 되는 날”이라며 “며칠이 되든 정부가 약속을 지킬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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