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모든 사건에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된다. 정부는 검·경 관계를 지휘·감독이 아닌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했다.<그림 참조>

정부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자리를 함께했다.

◇경찰 1차적 수사·종결권, 검찰 보완수사 요구=합의문에 따르면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대신 필요한 경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야 한다. 반면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려면 불송치 결정문과 사건기록 등본을 첨부해 관할 지방검찰청에 통지해야 한다. 검찰이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은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한정해 직접수사를 한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직원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과 이들 사건과 관련한 인지사건도 검찰이 직접적 수사권을 갖는다. 검찰이 직접수사를 행사하는 분야에서 동일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수사할 때에는 검사가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2019년 서울·세종·제주 자치경찰제 시범실시=정부는 수사권 조정을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한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중심이 돼 자치경찰제 도입계획을 수립한다. 경찰은 내년 중으로 서울·세종·제주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실시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가 목표다.

합의문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하고, 비수사 종사 경찰이 수사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절차와 인사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경찰 비대화 우려에 대응하고 경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전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는 야당의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참패 뒤 후반기 원구성 시도조차 못하는 등 멈춰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이자 지난 대선에서 각 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찬성한 내용”이라며 “국회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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