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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총회를 회고하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좀 지난 일이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린 107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여했었다. 매년 열리는 총회라고는 하지만, 그림으로만 보던 총회장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이들의 연설을 듣는 것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경제규모나 나라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계를 향해, 주어진 5분 동안 노사정 각 주체는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크게 외쳤다.

우리나라도 3주체가 참석했다. 노동계를 대표해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용자를 대표해서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이, 정부를 대표해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함께했다. 최저임금 개악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발표 내용은 전혀 딴판이었다. 장관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신장 노력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성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김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 개악은 물론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인정한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정부를 성토했다.

총회장 밖은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가 열렸다. 올해는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위원회’ ‘사회적 대화와 삼자주의위원회’ ‘효과적 개발협력위원회’와 같은 특화된 주제를 두고 노사정 3주체 간 열띤 회의를 이어 갔다.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위원회’에서는 직장내 폭력과 괴롭힘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협약을 마련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미리 마련한 기준안을 꼼꼼하게 며칠 동안 축조심사하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회적 대화와 삼자주의위원회’는 회의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을, 특히 사회적 대화를 자연스레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회의는 주로 회원 각국이 사회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당연한 논리지만 노동기본권을 존중하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ILO가 꾸준하게 주장하고 있는 ‘Decent Work'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앞서 총회장의 분위기를 전했지만 3자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고 노동존중 사회가 정부 기조인데 변한 건 없다”는 말들이 최근에는 적지 않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 보겠다고 했지만, 최저임금법은 여야 담합으로 강행 처리됐다. 그 이후 쏟아진 노동자들의 원망과 헌법소원 청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그 누구에게서도 개악된 법률에 대한 성의 있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20일에는 더 황당한 뉴스도 있었나.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시행을 갑자기 6개월 미룬다는 결정을 했다. ‘시작은 하되 처벌을 유예한다고’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기 어렵다. 쉽게 말해 “미뤘다”라고 하면 될 것을. 보도에 따르면 재계가 한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다고 한다. 준비 부족, 현장 혼란 등의 토를 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망했어요.” 6개월 유예를 전한 어느 기자의 맥 빠진 한마디. “이렇게 하면 거꾸로 가는 거 아닙니까”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간단축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문제다. 7월부터 새로운 일과표를 짠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당사자인 노동자를 ‘패스’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렇게나 노동시간단축이 필요하다던 정부는 어디로 갔나. 법률안을 만든 국회는 또 어떤 입장인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사태에서 노동, 존중은 없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ILO에는 무려 187개국에서 5천여명이 참여한다. 혹시 우리나라 노동기본권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질문도 해 봤다. 지난 정부의 노동기본권 보호 수준이 세계 60위권에 불과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현재 모습이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만족스러운 수준은 전혀 아니지 않는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은 여전히 국내에는 효력이 없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비준된 노동기준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데 어찌 중위권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국제노동기준 이행 촉진을 위한 3자협의에 관한 협약(144호, 1999년 비준)이 바로 그렇다.

내년이면 ILO가 창립한 지 100년을 맞는다. 내년 총회장에서는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 모두 “사회적 대화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발표하길 간절히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보도는 덤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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