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최저임금법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적정임금과 최저임금보장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를 연 19일 양대 노총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 섰다. 이들은 이달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노동조건의 민주적 결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상여금·복리후생비 없는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 피해”

양대 노총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이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 최저임금법 개정안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피해를 입는 단위사업장과 소속 조합원을 청구인 명단에 올렸다.

이달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 대비 25%를 넘는 월할 정기상여금과 7%를 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산입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상여금 지급주기를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 때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불이익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되도록 특례를 인정했다.

양대 노총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법률적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적정임금·최저임금 보장 요구권 △평등권 △재산권 △노동조건 민주주의 결정 원칙 △노동자 단체교섭과 노사자치원칙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저임금 노동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는 21만6천명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발표했다”며 “저임금 노동자에게 피해가 없다는 국회 주장은 거짓이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적정임금 및 최저임금 보장 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 침해도 문제 삼았다. 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의 경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지급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달라진다.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각각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25%와 7%를 넘는 노동자는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무력화되는 반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없거나 25%·7%를 밑도는 노동자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한국노총이 조사한 노동자 A씨의 경우 기본급 157만원에 교통비·식비로 월 3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내년 최저임금이 15.5% 인상되면 기존 최저임금법에서는 월 25만원의 임금이 인상되지만 법 개정으로 7만원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법률원 부원장)는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가 청구인단 모집해 소송 제기할 것”

한국노총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김형동 변호사는 “국회가 법안을 졸속으로 만들다 보니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개정 법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추가 청구인단을 모집해 한국노총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노동자위원 9명이 빠진 상태에서 전원회의를 열었다. 사용자·공익위원들은 5~6월에 진행된 기업현장 실태조사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각종 경제지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입장을 나눴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위원들의 복귀를 전제로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인상률 제시 전까지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사용자·공익위원들은 이달 14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심의 정상화와 노동자위원 참여 설득과 관련한 의견을 모았다. 다음 전원회의는 21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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