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주말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수거 작업을 하던 우체국 집배원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목숨을 잃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공보물 배달로 녹초가 된 집배원들이 주말까지 반납하고 침대 매트리스 수거작업에 동원되면서 쌓인 과로가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8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40분께 서울 마포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A(57)씨가 서울 서대문구 한 배드민턴장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함께 있던 동료가 119에 신고해 곧바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3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45분께 출근해 대진침대 매트리스 20여개를 수거한 뒤 오후 3시에 퇴근했다. 퇴근 후 A씨는 오후 5시부터 배트민턴장에서 동아리활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인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16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혈액 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증상) 유소견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살인적인 초과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올해 A씨의 근무시간표를 보면 월평균 49.2시간에 달하는 초과노동을 했다. 하루 평균 10시간30분의 중노동을 수행한 것이다. 과로사가 의심되는 배경이다.

A씨뿐만 아니다. 올 들어 우정사업본부에서만 19명의 현직 직원이 사망했다. 이 중 9명은 '과로사'로 불리는 뇌심혈관계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지난해에도 39명이 사망했다. 10명이 뇌심혈관계질환, 9명이 과로자살로 확인돼 '과로사업본부'라는 비난을 받았다.

집배원의 잇단 사망 뒤에는 초장시간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집배원 과로사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869시간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 1천766시간보다 1천103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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