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 통계와 당사자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연봉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6년간 1인당 평균 피해액이 1천1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예상되는 피해 통계를 발표했다. 당사자들은 월급명세서를 들고 “우리가 최저임금 삭감법의 증인”이라고 외쳤다.

◇"2천336명 노동자 258억원 덜 받아"=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연봉 2천500만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자체 개발한 ‘최저임금 삭감법 임금 피해 계산기’로 홍 원내대표의 주장을 검증했다. 3천여명에 달하는 노동자와 시민이 자신의 월급·상여금·복리후생비를 직접 입력해 조사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유효한 입력값을 제공한 2천336명의 임금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최저임금이 내년에 8천760원, 2020년에 1만원으로 오르는 것을 전제로 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받는 임금에서 별도 임금인상이 없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라 취업규칙이 변경돼 식대를 비롯한 복지비(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상여금이 월할 지급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랬더니 2천336명의 노동자가 내년에 16억5천만원의 임금을 덜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70만5천원을 덜 받는 셈이다.

2020년 피해액은 28억7천만원(1인 평균 123만2천원)으로 추정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기상여금·현금성 복리후생비 미산입 비율은 2019년 25%와 7%, 2020년 20%와 5%, 2021년 15%와 3%, 2022년 10%와 2%, 2023년 5%와 1%다. 2024년부터는 모든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민주노총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최저임금이 최근 10년간의 평균인 6.4% 인상된다고 가정하고 누적 피해액을 산출했다. 그랬더니 노동자들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258억원의 임금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10만4천원이다. 심각한 것은 응답자의 72.3%(1천689명)가 연봉 2천500만원 이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석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은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연봉 2천500만원 이상 3천만원 미만 노동자 647명 중 91.3%인 591명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2024년에는 연봉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들이 훨씬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차별해소 도루묵법"=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월급명세서와 증언으로 민주노총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새서울의료원 기능직 3등급 3호봉으로 일하는 노동자 A씨의 기본급은 121만7천600원이다. 조정수당과 위험수당은 각각 9만7천400원과 3만원이다. 병원은 임금항목 '기타(22만8천870원)'를 통해 최저임금을 보전한다. 여기에 상여수당(48만7천원)·교통보조비(5만원)·급식보조비(13만원)를 더해 월급을 준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향후 상여수당 초과분(39만원)과 복리후생비 초과분(11만원)이 기본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A씨의 기타 수당은(6만1천870원)으로 급감한다.

1년차 학교비정규직인 B씨 연봉은 2천359만원이다. 기본급 164만원과 복리후생수당 19만원, 명절휴가비 연 100만원, 정기상여금 연 60만원으로 짜여져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16.4% 오르고, 2020년 1만원이 되며, 2021년 이후 학교비정규직 평균 임금인상률인 3.94% 인상되는 것으로 가정해 B씨가 받을 임금을 예상했다. 당장 B씨는 내년에 한 달 6만1천841원의 임금을 손해 본다. 2024년에는 손해 보는 월급이 19만원으로 커진다. 6년간 덜 받는 임금이 928만원3천원이나 된다. 최보희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학교비정규직 중 불이익대상 노동자가 17만명"이라며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영석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노사교섭으로 복리후생적 임금과 상여금·명절휴가비 등의 처우개선을 이뤄 냈는데, 정부가 이를 무력화하는 ‘차별해소 도루묵법’을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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