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1 수 11:01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민변 노동위의 노변政담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며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지 6개월밖에 안된 만 26세의 새내기 간호사였던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설날 하루 전인 2018년 2월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박선욱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2018년 4월17일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대책위는 사망의 한 원인으로 ‘태움’을 꼽았다.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했고 간호사 일에 열정적이었던 고 박선욱 간호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간호사가 됐지만 태움을 당해 더 이상 사람을 살릴 수 없게 됐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의료계 은어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로 2018년 2월까지 들어온 태움 관련 제보만 30~40건에 이를 정도로 간호사계에 만연한 대표적인 직장갑질이다. 태움은 2009년 발간된 신입간호사 교육책자에 언급돼 있을 만큼 간호사계의 매우 오래된 적폐다.

인터넷으로 ‘간호사 태움’을 검색하면, 주된 예시로 "반성문 쓰라고 해 놓고 써서 가져오면 면전에서 찢는다" "따돌림 당하는 간호사가 대화에 낄 만한 순간 모든 간호사들이 대화를 멈추고 뿔뿔이 흩어진다" "쉬는 꼴 보기가 아니꼬워서 일부러 엉터리 일을 시킨다. 예를 들어 물품 개수 일부러 안 맞게 카운트한 뒤 후배에게 쓰레기통 뒤지고 바닥 기어 다니면서 찾으라고 시킨다. 그걸 보며 비웃으면서 낄낄 댄다" "죽도록 일을 시켜 놓고 자기들은 티타임을 가진다" "자신들이 고립시켜 놓고 당하는 사람의 성격과 사회성을 탓한다" "당하는 사람이 부정적이고 근시안적이라서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해도 마땅하고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 등을 들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개념 개발 : 병원간호사를 중심으로”라는 2014년 발표된 태움 관련 논문은 간호사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을 ‘언어적·비언어적 괴롭힘’ ‘업무 관련 괴롭힘’ ‘외적 위협’으로 나누고, 그 결과로 ‘신체적·심리적 위축’과 ‘부정적 에너지 생성’을 들었다. 특히 심리적 위축의 증상으로 우울증상이나 자살충동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덧붙여 간호사의 직장 괴롭힘에는 "초과근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없음"도 포함돼 있다.

고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하자 보건복지부는 3월20일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간호사들은 복지부 대책에 대해 "가이드라인 정도"라며 매우 회의적이다. 노동시간을 무제한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이 2018년 2월 개정됐지만 보건업이 특례에서 제외되지 않아 간호사들은 여전히 365일 24시간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간호사들이 태움까지 당한다면 어느 누가 간호사가 되려고 할지 의문이다.

사람을 살리는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호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끔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입법이 시급하다.

정병욱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병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