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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특수고용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 근로자"구체적 근로자성 판단요건 6가지 제시 … 재능교육 노동자들 노조 인정받아
"2011년 해고된 뒤 노조를 지키고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싸운 노동자들이 있다. 아프고, 힘들고, 고통을 겪으면서 지킨 노조를 이제야 인정받게 됐다."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자회견 참가자 틈에 섞여 있던 사건 원고 유득규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냈다.

특수고용직인 학습지교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5일 노조와 유득규 조합원을 비롯한 재능교육 교사 9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년 돌고 돌아 99년 노조 출범 당시 지위로 복귀

재능교육에서 불거진 학습지교사 노조인정 문제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능교육 교사들은 1999년 11월 재능교육교사노조를 출범시켜 같은달 고용노동부에서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전체 교사 7천500여명 중 3천8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2000년 파업 끝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특수고용직 최초의 노조 결성이자 최초 파업이었다.

노조는 2006년 11월 조직형태를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로 변경했다. 회사 노조탈퇴 압박이 높아지면서 2007년 조합원이 10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듬해 회사는 단체협약을 파기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조합원을 해고(위탁사업계약 해지)하기 시작해 2010년 12월까지 마지막 남은 12명 전원이 쫓겨났다. 해고자들은 노조인정과 단협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2천일 넘게 투쟁했다.

해고자들은 "회사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2011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는 재능교육 교사들은 근로기준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학습지노조 역시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며 각하 판정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는 기각하고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해고자들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중앙노동위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18년에야 다시 "노조법상 근로자는 맞다"고 판결했다.

당사자들은 기쁨보다는 허탈감을 토로했다. 황창훈 노조 위원장은 "2011년 노조를 인정했던 행정법원 판결, 혹은 1999년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던 그때 당시 처지로 돌아간 것일 뿐"이라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 부당하다고 시작된 법정 다툼이 7년이나 걸려 결론 나는 이 상황이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지교사가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노조를 만들어서 활동할 권리 정도만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득규 조합원은 "특수고용직 투쟁에 앞장섰지만 지금은 하늘에 있는 정종태 전 재능교육교사노조 위원장과 이지현 전 지부 법규국장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싶다"며 "노조를 처음 만들었을 당시의 마음으로 조합원들을 만나고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국장은 노조활동 중 암에 걸려 투병하다 각각 2005년 2월과 2012년 1월 숨졌다. 이 전 국장은 투병사실을 숨긴 채 소송을 준비했다. 동료들이 걱정할까 봐 홀로 영정사진을 찍었다.

"근기법상 근로자 아니어도 노동 3권 보장받아야"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근기법상 근로자와 노조법상 근로자를 구분하는 6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간 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범위를 근기법보다 넓게 해석하면서도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무제공자(노동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 주로 의존하는지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동자가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면서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둘 사이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노동 3권 보호의 필요성이 있으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이라며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헌법상 노동 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조법 2조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조법 2조 근로자 정의에 "계약형식과 관계없이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를 포함하는 개정안 두 건이 계류 중이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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