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론조사로 예고된 대로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탄핵과 촛불의 연장선에서 여전히 거센 바람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 결과는 그동안 한 번도 교체된 적 없는 지방권력까지 대거 교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북에서도 자유한국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과반을 조금 넘기거나 그에 못 미치게 당선됐고, 구미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단체장까지 내줬다. 지역경제와 일자리와 복지 문제를 도외시한 채 오직 박정희 기념사업에만 매진했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돗물 단수사태까지 방관한 지방권력의 말로다. 공공화장실에 휴지조차 비치하지 못하고,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임금지급도 제때 못하는 상황에서도 5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박정희 역사관사업에 편성했다. 아마 이보다 심하진 않겠지만, 지방의회에서 제대로 된 견제를 받은 적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 지자체들의 현주소였을 것이다. 그러한 지역에서도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으로 중앙일보에서 진행한 ‘우리동네 의회살림’이라는 기획이 회자됐다. 기초의회별로 활동비·업무추진비·해외출장·조례제정 등을 얼마나 했는지를 수치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 줬다. 기초의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한 불신에 기대어, 표면적인 숫자로만 자극적으로 보여 준다는 한계는 있었으나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에 영향을 주는 기초의회에 관심을 유도한다는 의의는 있겠다. 물론 보수정권에서 지방자치제를 통한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한 많은 유권자들에게 단순히 관심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촛불 이후로 표출되는 정치적 욕구는 그 다양성과 깊이가 한층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세대에서도 다양하게 드러난다. 청년들 사이에서 밋밋한 선거를 달군 페미니즘 이슈가 그런 예다. 달라진 시대에 맞게 기초의회에서부터 다양한 정치적 의사와 욕구를 대변할 수 있어야만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부응하는 길일 것이다. 새롭게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부터 단순히 지역개발 이슈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되지 못하는 다양한 정치적 의제를 발견하고 정책화해야 한다.

한때 지방자치가 실패의 기억일 때도 있었다. 세빛둥둥섬이나 일부 지자체가 짊어졌던 막대한 채무가 그런 경험이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선도적인 복지정책과 일자리정책의 실험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의 일부는 전국적인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와의 유기적 협력 속에서 이제는 정착기에 들어선 지방자치가 어떻게 앞으로 이어질지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적폐청산’이라는 목소리에 묶였던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목소리를 정책으로, 조례로, 법률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3년간의 정치적 격변의 종결이 아니라, 한국 사회 대개혁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7월부터 점진적으로 실시되는 노동시간단축을 비롯해 산적한 노동현안뿐만 아니라 직장내 갑질이나 포괄임금제 같은 문제들, 사회수당과 고용보험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에 이르기까지 곧 논의돼야 하는 개혁과제가 여전히 쌓여 있다. 이번 지방선거로 지방정부의 정치권력을 뒤흔든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산적한 개혁과제를 논의해 나가는 시작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가 수많은 청년·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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