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대한항공 기내 청소 도급업체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했다가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투쟁하겠다고 예고하자 돌연 철회했다.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두고 재벌이 갑질을 했다”고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태일)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목상 사용자인 EK맨파워가 해고를 통보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집단해고 결정권자는 슈퍼갑인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이라며 “집단해고 통보에 대한 대한항공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EK맨파워는 지난 11일 오후 노조에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공문에서 “7월31일 도급계약 만료로 인해 경영상 위기에 의한 해고 일정을 협의하고자 한다”고 통보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운수보조업무를 도급받은 한국공항㈜은 기내 청소업무를 도급업체인 EK맨파워에 맡겼다. 기내 청소노동자 380여명은 EK맨파워에 소속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 내부를 청소한다. EK맨파워는 2010년부터 한국공항에서 도급을 받아 업무를 했다. 지부는 사측이 갑자기 도급해지와 해고를 통보한 것은 노조를 탄압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지부는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사측이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자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파업했다. 박배일 노조 부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을 받다가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하면서 현장이 조금씩 바뀌던 중에 전원 해고통보를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노조활동 방해와 재벌 갑질이 근절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부가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EK맨파워는 다시 노조에 해고협의 철회공문을 발송했다. 사측은 “한국공항과 체결 중인 지상조업 도급계약을 연장하기로 해 경영상 위기에 의한 해고 일정을 철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올해 8월1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1년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재직자의 안정적인 고용과 업무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청소노동자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항공재벌의 갑질에 치가 떨린다”며 “집단해고를 손바닥 뒤집듯 결정하는 그들은 청소노동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일 지부장은 “대한항공이 입주한 인천국제공항 2청사에 다음주부터 한 달간 집회신고를 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와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재벌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릴레이 집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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