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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산별교섭 '반쪽' 딱지 뗄 수 있을까김영주 장관 중재로 첫 '사립대병원 노사정 간담회' … 7개 병원 참석
   
▲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사립대병원 노사정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임영진 경희의료원 의료원장, 강도태 보건복지부 정책실장. <정기훈 기자>

"환자가 편안하려면 병원이 웃어야 하고, 병원이 웃으려면 경영이 안정을 찾고 노사가 웃어야 합니다. 올해 아름다운 노사교섭이 이뤄지길 바랍니다."(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환자가 안전한 병원, 노동자가 존중받는 병원을 만드는 게 노사 모두의 목표입니다. 우리(노조)가 한 발 다가가면 (사측은) 뒤로 물러나지 말고, 반 발이라도 앞으로 나와 주세요."(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노사 교섭이 잘되길 바랍니다.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김영주 노동부 장관)

병원장 4명 참석, 저조한 사용자 출석률

보건의료 노사가 올해 '반쪽짜리 산별교섭' 딱지를 뗄 수 있을까. 보건의료 산별교섭이 정상화할지 여부를 가늠해 볼 만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영주 장관 중재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사립대병원 노사정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노조 요청으로 마련됐다.

2009년 국립대·사립대 병원 사용자들이 교섭에 불참한 이후 보건의료 노사 산별교섭에는 지방의료원과 민간중소병원·특수목적병원만 참여했다. 노조는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해 지난 4월부터 각 지역 의료기관장을 면담하고 행정책임자와 간담회를 가지며 교섭 준비단계를 밟았다. 지난달에는 김영주 장관을 만나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제안했고,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간담회가 성사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영주 장관과 김민석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강도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참여했다. '정부가 보건의료 산별교섭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노조쪽에서는 사립대병원 지부장 등 30~40명이 참여했다. 반면 사용자 출석률은 저조했다. 경희의료원·이화의료원·건양대병원·을지대의료원·영남대의료원·원주연세의료원·아주대의료원 등 7개 병원이 참석했고, 이 중 병원장이 직접 참여한 곳은 4곳(경희의료원·이화의료원·건양대병원·을지대의료원)에 그쳤다. 나순자 위원장은 "남북도 만나고, 가장 적대적이던 북미도 만났는데, 우리(노사)가 이렇게나 만나기 어렵다"며 에둘러 실망감을 표현했다.

노조, 인력충원하고 공짜노동 없애야
사용자, 근로감독 완화 요구


간담회는 화기애애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노사정 간 첫 만남'이라는 점에 의의를 뒀다. 나순자 위원장은 "최저임금 현안으로 노정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마련된 자리라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보건의료 노사관계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온 만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임영진 협회장은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이렇게 모여서 대화하고 믿음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관계는 의료정책과 연동되는 만큼 많은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

간담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보건의료정책과 병원현장에서의 고충을 노사가 얘기하고, 정부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조는 인력충원을 통한 실노동시간 단축, 공짜노동 없애기, 병원업종 모성정원제 실시방안 마련,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 구성 지원,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등 10가지 정책제안을 내놓았다.

노조가 노동시간단축·인력충원 문제를 제기한 반면 사용자는 주로 근로감독 완화와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 입원실의 병상 간격을 1미터 이상으로 넓히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시행을 앞두고 수익 악화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승훈 을지대의료원장은 "병상 간격 때문에 우리 병원만 해도 800병상에서 120병상을 줄였다"며 "힘들다"고 호소했다.

올해 초 44개 병원 대상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확인된 420억원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거나, 근로조건 자율개선 점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임영진 회장은 "(임금체불이)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거나 몰라서일 가능성이 높은데, 몇십 억원씩 내라고 하면 경영이 더 악화될 것"며 "돈을 내라고 하지 말고, 앞으로는 잘하라고 말해 주면 어떻겠냐"고 주장했다.

김영주 장관 "병원 현안, 산별교섭으로 풀어야"

김영주 장관은 병원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산별교섭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여러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개별사업장 노력과 함께 여러 병원 노사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히 환자를 돌보는 병원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보건업종은 파업·갈등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는 산별교섭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여러 이유로 사회적 대화가 잠시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설치될 업종별위원회에서 보건의료 노사가 참여해 합리적 해법을 찾으면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영명 노조 정책실장은 "정부 정책을 놓고 3자가 모여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며 "노사 간 간극을 좁히는 첫걸음을 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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