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이츠타임스

분단 70년 만에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항해가 시작됐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했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 제공을 약속했다.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공동성명을 이끌어 냈다.

65년 만에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 서명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은 오전 9시5분(이하 현지시간) 짧은 악수로 시작했다. 두 정상은 9시16분부터 9시52분까지 36분간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단독정상회담 모두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 우린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100분여의 확대정상회담, 50분가량의 오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확대정상회담에는 북한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고,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존 켈리 비서실장이 함께했다. 오찬 뒤 북미 정상이 1분여간 호텔정원을 산책하는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서명하러 이동 중이다”고 했다. 두 정상은 오후 1시42분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나란히 서명했다. 북한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미국에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명을 도왔다.

김 위원장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두 정상은 공식적인 일정을 마쳤다. 북한과 미국이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약속

이날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모두 4개 항으로 구성됐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미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주제를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 제공을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며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약속 △한반도의 지속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전쟁실종자 유해 즉각 수습·송환이 들어갔다.

두 정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한다”며 “북미 간 수십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해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협상을 가능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 스트레이츠타임스

“완전한 비핵화 위해 많은 사람 투입·검증”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김정은 위원장은 숙소로 이동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동안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를 약속했고 많은 사람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능성도 언급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경제제재는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며 “여기서 엄청난 열과 에너지, 장비가 나오는데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공동성명을 보면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확히 명시됐다”며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입돼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서명하지 못한다고 이미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에 그는 “지난 70년간 한반도는 많은 피와 희생을 치렀고 정전협정을 체결해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제는 곧 끝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실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괌에서 폭격기가 6시간30분 비행해 (한국에서) 폭격연습을 한 뒤 돌아가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데 나는 이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럼에도 빨리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경제제재 해제도 고려해 볼 만 하다”면서 “지금은 제재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핵화에 드는 비용에 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충분히 의지가 있다고 확인했다”며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근접한 만큼 이에 대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냉전 해체 세계사적 사건”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 서명 뒤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하며 환영한다”며 “낡고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 준 두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2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남북미가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진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며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 갈 것이며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 아낌없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도 이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이륙해 대통령 전용기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했다”며 “12일 오후 8시20분(한국시간)부터 40분까지 20분 동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실무진에서 다루기 어려운,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며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약속은 김 위원장이 뭔가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적 결실을 맺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며 “미군 유해발굴사업을 남북미가 공동 추진하는 것을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