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고용노동부가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 노동자 불법파견 정황을 확인하고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올해 4월9일부터 2주간 LG유플러스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수탁사 29곳 중 6곳, 가정용인터넷 설치·수리서비스를 하는 홈서비스센터 72곳 중 12곳을 대상으로 불법파견 실태조사를 했다.

10일 노동부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별 실태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 수탁사 6곳에 불법파견 요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희망연대노조 요청으로 전체 수탁사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감독(전수조사)을 지난 7일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홈서비스센터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소지가 조금 적다는 식으로 결과가 나왔다”며 “노조가 홈서비스센터 근로감독 요청을 유보해 근로감독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 운영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매년 수탁사·협력업체와 위탁계약을 갱신하거나 해지하는 형식상 도급계약을 맺는다. 노동계는 LG유플러스가 사실상 불법파견 형태로 수탁사·협력업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전면조사에 나선 것이다.

“LG유플러스 직원 수탁사 직원과 함께 근무”

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LG유플러스와 수탁사 간 업무종속성이 짙다고 봤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의 핵심은 지휘·명령을 누가 했느냐”라며 “원청 직원이 수탁사 직원과 현장에 함께 나가거나 직접 업무를 지시한 정황을 많이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LG유플러스 수탁사지부(지부장 이종삼)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직원은 올해 2월 지부가 생기기 전까지 수탁사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업무지시를 했다. 이종삼 지부장은 “원청과 수탁사 직원이 일대일로 붙어 현장에 나가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원청 직원이 사수 역할을 하고 수탁사 직원은 운전을 비롯한 보조 역할을 했는데, 점점 본업무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수탁사는 인터넷망을 관리하는데 망관리 핵심 기술을 원청이 관리하는 구조라서 원청이 수탁사 직원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시·공동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본사 온라인 업무시스템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에서 수탁사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지부는 “지부 설립 전까지 수탁사 직원들은 원청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마당 U+’라는 업무시스템 계정을 부여받아 업무연락·업무보고를 했다”며 “원청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수탁사 직원들에게 업무수행 방법에 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수탁사 소요자금을 원청이 지원한 정황도 확인된다. 노동부의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파견과 도급은 ‘파견사업주 실체’와 ‘파견사업주 지휘·명령’ 여부로 구분한다. 소요자금 조달·지급 책임, 작업배치·변경 결정권, 업무지시·감독권을 원청이 가지고 있다면 원청과 협력업체 노동자 관계는 근로자파견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종삼 지부장은 “예전에는 수탁사가 직접 사무실을 빌리기도 했는데, 지난해 초 임대료 절감 차원에서 전국 대부분 수탁사들이 원청 건물로 들어갔다”며 “중계기 같은 주요 장비도 원청이 필요수량을 물을 때 수탁사가 지급을 요청하면 원청이 보내 준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부가 홈서비스센터 실태조사에서 불법파견 소지가 적다고 파악한 것과 달리 "센터도 수탁사와 비슷하게 불법파견 정황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원청 관리자가 SNS 단체채팅방을 통해 설치·수리기사들에게 직접 AS 처리 등을 지시하거나, 일부 센터에 사무실 보증금을 지원한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본지 2018년 4월23일자 12면 ‘협력업체 노동자 업무지시에 인사·노무관리까지 했다’ 참조>

통신업계 불법파견 판단한 첫 사례 될까

노동부가 수탁사 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리면 통신업계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시정명령 첫 사례가 된다. 노동계는 파리바게뜨 제빵·카페기사 직접고용 시정명령 때와 같은 판단이 LG유플러스 수탁사에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부가 지난 정권처럼 왜곡·편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수탁사 직원들이 직접고용되면 2016년부터 진행된 인력감축으로 발생한 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 강화와 이용자들의 서비스 저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G유플러스는 2016년 기업서비스와 유·무선망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수탁사 수수료를 40% 수준까지 줄였다. 2016년 이전 3천여명이던 노동자는 최근 1천900여명으로 급감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홈서비스센터 실태조사와 관련해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술서비스 노동자 (특성)까지 포괄하지 못했다”며 “구체적 결과(판단기준)를 받아 보지 않아 확정할 순 없지만 이번에도 그런 기준이 적용된 것 같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는 특히 "LG유플러스가 자발적으로 불법파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진억 노조 나눔연대사업국장은 “불법파견이냐 아니냐를 떠나 고용의 질 개선은 시대적 사명이자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내 3대 이동통신업체 중 설치·수리기사들을 협력업체 고용으로 유지하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2015년과 지난해 자회사를 만들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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