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의 파업이 7일로 사흘째 접어들었지만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일병원지부(지부장 이영필)는 7일 오후 교섭을 재개했지만 이사장 일가 전원 퇴진과 체불임금 지급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 이사장이 취임한 후 무리하게 병원을 증축해 10년 만에 은행 빚 900억원을 비롯해 부채가 1천300억원에 달하는 부실병원이 됐다"며 "경영에서 이사장 일가와 측근이 모두 물러나고 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사장 사임 의사를 밝혔던 사측은 노조의 인사권 제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기헌 제일병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병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요구한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나 (노조가) 입장을 바꿔 인사권을 제한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맞섰다.

체불임금 지급 문제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병원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달 급여 지급일(25일) 이틀 전 의료진과 일반직원 임금을 일방적으로 15~50%까지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임금을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이달 안에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병원측은 이날 교섭에서 임금삭감안을 반영한 예산안을 이미 편성했다며 거부했다.

한편 지부는 지난 4월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재곤 이사장은 병원 증·개축 공사비 용도로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하고 이사장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겨 공사비를 부풀린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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