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 노사는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1차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했다.<사무금융노조>
"대표님이 직접 참석하셨습니까."

"돈 내겠다고 모인 회사들이 많네요. 하하."

"다른 회사 노사는 손잡고 간다는데 우리가 빠져서 되겠느냐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모인 사무금융업계 경영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이날 사무금융 노사는 '사회연대기금 조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1차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했다. 2011년 출범한 사무금융노조(위원장 김현정)가 7년 만에 산별교섭 첫발을 내디뎠다.

30개 회사 산별교섭 참여, 3년간 600억원 조성 '공감대'

상견례로 시작한 교섭은 라운드테이블 형태로 열렸다. 노조는 5개 업종에 80여개 지부·지회를 두고 있다. 이날 교섭에 참여한 사측 교섭위원은 30명. 이들 옆에 해당 지부 위원장이 나란히 앉았다. 사용자들이 불참해 홀로 참석한 지부 대표자들은 교섭장 뒤편에 앉았다. 노사 교섭위원 110여명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교섭 형태는 여느 교섭과 다르지 않았다. 노사 대표교섭위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교섭원칙을 정했다. 그런 다음 노조가 교섭요구안을 공개했다.

김현정 위원장은 "노조 출범 7년 만에 금융권 신뢰회복과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주제로 노사가 산별교섭을 하게 돼 매우 감격스럽다"며 "업종과 기업을 뛰어넘어 사회 문제, 우리 문제, 미래세대 문제에 대해 노사가 지혜와 의지를 모으자"고 말했다.

사측을 대표한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노조가 상생과 나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준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 상견례가 사회양극화 해소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대하고 실천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노조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매년 임금총액의 0.4%를 기금으로 출연하자고 제안했다. 80여개 지부·지회 조합원과 임직원 5만7천여명을 기준으로 매년 200억원씩 600억원을 적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는 또 기금을 운영하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재단을 구성하고, 기금운용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노사정 협의를 하자고 주문했다.

내년 초 공익재단 출범, 연말까지 교섭 마무리

노사는 이어진 비공개 교섭에서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은 업종별·지부별 교섭에서 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노조 여수신업종·생명보험업종·손배보험업종·증권업종·공공금융업종 등 5개 본부와 직할지부별로 사측과 실무교섭을 한다. 필요한 경우 이날 상견례처럼 교섭위원 전원이 모이는 산별교섭을 한다. 이달부터 11월까지 실무교섭을 통해 기금을 모으고 12월께 산별중앙교섭 조인식을 한다. 2019년 초 공익재단을 출범시켜 곧바로 사업을 시작한다.

노사는 공익재단이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와 관련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방안 연구사업과 직접 지원사업, 금융권 은퇴자 재취업 지원사업이 눈에 띈다. 청년·비정규직 단체를 지원하거나 저임금 노동자 대상 재정지원사업도 모색한다.

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정례화한다는 구상이다. 김현정 위원장은 "노사 공동의 관심과 의제를 발굴해 대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올해는 사회연대기금 단일 주제로 교섭을 시작했지만 장기적으로 임금·단체협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교섭에 첫발을 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상견례에 참가하지 않은 회사들을 사회연대기금 조성사업에 참여시키는 게 첫 과제다. 노조는 산별교섭 문호를 열어 두고 참가회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종별·지부별 교섭에서 산별교섭 동참을 압박한다.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기금 조성사업을 결정했지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는 수위는 다를 수 있다"며 "우리의 주머니를 열어야 기금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을 잘 설득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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