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최저임금법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비롯한 최저임금 속도조절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와 같다"고 반발한다. 청와대와 국책연구기관발 최저임금 효과 논쟁도 과열 양상을 띤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갈등에 대해 이상헌(51·사진)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꼬리가 몸통을 건드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LO 사무실에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갖고 "소득주도 성장에서 최저임금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아주 결정적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세 가지 측면의 소득분배 개선이 중요하다고 봤다. 자본과 노동 간 불평등, 임금소득자 간 불평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일반 노동자들 사이에서 임금분배가 조금 더 평등하게 되면 지출성장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요하고, 저임금층의 경우 노동소득이나 기타소득 등 가구 가처분소득을 올려 주면 상당한 소비효과가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전체적인 투자 수요나 흐름에 좋고, 노동과 자본 간 소득분배 개선도 전체적인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배를 정상화하는 건 규범이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추가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성장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중소기업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대기업의 가격 후려치기는 놔둔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일이 꼬였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상여금 같은 경우는 (산입) 여지가 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복리후생비는 좀 유보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복리후생비는 보기에 따라 급여라기보다는 비용에 가까운 면이 있다"며 "특히 저임금 노동자는 그걸(복리후생비를) 일률적·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게 득이 될지, 손실이 될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최대 32만개 사라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와 관련해 이 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며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나라마다 (시장구조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A라는 나라의 최저임금 고용효과를 계산할 때 남의 나라 케이스를 분석한 것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 공동취재단·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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